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투수 제이콥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이 드디어 통산 100승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가장 약했던 구장에서 대기록을 썼다.
디그롬은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4승(4패)을 챙겼다.
4번째 도전에서 통산 100승을 따냈다. 지난달 11일 시카고 컵스전 7이닝 무실점 승리로 99승을 채웠다. 이후 3경기에서 6이닝 4실점 패전-3이닝 6실점 패전-6이닝 2실점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 4번째 등판에서 드디어 승리를 맛본 것.
시작부터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1회 1사 이후 이반 에레라를 3루수 포구 실책으로 내보냈다. 이어 알렉 벌레슨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1사 1, 2루에서 조던 워커를 루킹 삼진, 브라이언 토레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운도 따랐다. 2회 주자 없는 1사에서 놀란 고먼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지미 크룩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으나 빅터 스캇 2세에게 2루타를 맞았다. 2사 2, 3루에서 JJ 웨더홀트에게 날카로운 타구를 허용했다. 다행히 2루수 직선타로 마무리.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안타 확률이 0.720에 달하는 타구였다.
3회는 우익수 뜬공, 1루수 땅볼, 헛스윙 삼진으로 첫 삼자범퇴를 완성했다.
관록이 눈부셨다. 4회 첫 타자 토레스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메이신 윈과 고먼을 각각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한숨 돌렸다. 그러나 크룩스에게 다시 안타를 맞고 2사 1, 3루에 몰렸다. 실점 위기에서 스캇 2세에게 평범한 뜬공을 유도, 좌익수 뜬공으로 이닝을 끝냈다.
5회 삼진 2개를 곁들여 두 번째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6회부터 페이튼 그레이가 등판, 디그롬은 이날 임무를 마쳤다. 텍사스 타선은 4회와 5회 각각 1점을 지원했다. 불펜진이 남은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텍사스의 2-1 승리. 디그롬도 통산 100승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약점을 넘어서며 100승을 찍었다. 이날 전까지 디그롬은 부시 스타디움서 3경기 평균자책점 8.44에 그쳤다. 2번 이상 등판한 구장 중 가장 나쁜 성적.
'MLB.com'은 "디그롬은 커리어 내내 워낙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왔기에 특정 구장이 그를 괴롭혔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라면서 "5이닝 무실점 투구는 해당 구장의 평균자책점을 낮췄을 뿐 아니라 디그롬을 새로운 커리어 성공의 반열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1988년생 디그롬은 2010 드래프트 9라운드 272순위로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었다. 2014년 빅리그에 데뷔, 22경기에서 9승 6패 평균자책점 2.69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리그 최고의 파워 피쳐로 떠올랐다.
2년 연속 사이영상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2018년 32경기에서 10승 9패 평균자책점 1.70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평균자책점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비해 승운이 따르지 않아 사이영상 수상이 쉽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투표인단은 과거와 달리 운이 필요한 '승리'보다는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등에 더 높은 가치를 뒀다. 그 결과 디그롬이 1위표 30장 중 29표를 독식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의 주인공이 됐다. 생애 첫 수상.
이어 2019년에도 32경기 11승 8패 평균자책점 2.43을 기록했다. 2년 연속 많은 승리와 연이 없었으나 다시 한 번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에도 12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2.38로 사이영상 3위에 올랐다.

힘든 시간이 시작됐다.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날이 늘었다. 건강하면 확실한 성적을 보여줬으나 부상이 반복됐다. 2023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5년 1억 8500만 달러(약 2811억원)의 거액 계약을 맺었는데, 그해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2024년 후반기에 돌아와 3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한 것이 위안거리.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30경기 12승 8패 평균자책점 2.97의 성적을 남겼다. 172⅔이닝을 소화, 2019년(204이닝) 이후 6년 만에 규정이닝을 채웠다. 올해는 12경기에서 4승 4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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