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함께하는 시간은 길어지면서 양육 가구의 관심이 돌봄에서 질병 관리와 의료비 대응으로 옮겨가고 있다.
21일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반려동물 치료비를 지출한 양육자는 70.2%였고, 평균 치료비는 146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 고령화는 의료비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공개한 조사에서는 10년령 이상 반려동물과 사는 가구 비중이 38.3%로 집계됐다.
반려동물이 노령기에 접어들수록 심장질환, 신장질환, 종양, 관절질환, 치주질환 등 장기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 늘어난다. 치료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검사와 약물, 수술, 재활, 특수식으로 이어지면서 보호자의 부담이 커진다.
실제 보호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일회성 진료비보다 반복 지출에 가깝다. 노령견과 노령묘는 정기 혈액검사와 영상검사, 처방약 복용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슬개골 탈구, 종양, 심장질환처럼 고령 반려동물에게 흔한 질환은 수술비와 입원비가 한 번에 수백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호자의 경제적 여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이유다.
30대 직장인 신모씨는 최근 13살 반려견의 림포마(림프종) 진단을 받고 병원비 부담을 실감하고 있다. 조직검사와 영상검사, 수술 전 검사에만 수십만원이 들었고, 항암치료와 약물치료가 이어지면서 누적 진료비는 수백만원대로 불어났다.
신씨는 “가족처럼 지낸 반려견이라 치료를 포기하기 어렵지만, 병원에 갈 때마다 비용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 번 큰 병이 생기니 반려동물 치료비도 가계 지출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렇자 펫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비 부담을 충분히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KB경영연구소 조사에서 펫보험 인지도는 91.7%로 나타났지만, 실제 가입률은 12.8%에 그쳤다. 업계는 실제 펫보험 가입률이 올해 기준 1~3%대에 머무는 것으로 추산한다.
가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뚜렷하다. 월납입 보험료 부담과 낮은 필요성, 제한적인 보장 범위가 대표적이다. 일부 상품은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가 오르거나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질 수 있는 만큼, 병원 이용이 잦아지는 노령기에 보장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보험업계는 고령 반려동물 수요에 맞춰 상품을 손보고 있다. 최근 손해보험업계에서는 고령 반려동물 수요에 맞춰 보장 만기와 가입 가능 연령을 늘린 상품을 내놓고 있다. 반려동물 수명이 길어지면서 보험 상품도 장기 관리 수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병원별 편차가 크고, 사람의 건강보험처럼 공적 보장 체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진료 항목 표준화와 진료비 정보 공개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보험사가 위험률을 정교하게 산정하기 어렵다. 소비자도 보험료 대비 보장 수준을 비교하기 쉽지 않다.
최근 동물병원 진료비와 진료 항목 표준화 작업은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동물병원에서 비용을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하는 진료 항목을 11종에서 20종으로 확대했다. 또한 주요 진료 항목 100종의 표준진료 절차와 진료 정보 8441종 표준화도 마무리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보험금 청구 간소화와 상품 설계에 필요한 진료 데이터 축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반려동물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고령 반려동물의 치료비도 가계 지출 항목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는 사료나 용품보다 의료비와 보험, 장례까지 포함한 생애주기 관리가 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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