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총파업이 현실화 수순에 들어갔다. 노사는 협상 직후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정면충돌했고, 정부 안팎에서는 파업이 실제로 시작될 경우 21년 만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총파업이 개별 기업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경제 변수로 번지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중앙노동위원회 주관 2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9일에는 14시간30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이 이어졌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노조는 동의했지만, 사측이 서명을 하지 않으면서 조정은 최종 불성립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예정대로 내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결렬 직후 노사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측이 끝내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조정이 종료된 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노조가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요구했다”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맞섰다.
막판 쟁점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중노위에서 비밀 유지를 요청했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고,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도 “크게는 한 가지, 세부적으로는 두 가지 의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만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재원의 사업부별 배분 비율이 핵심 걸림돌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노조는 반도체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조성한 뒤 70%는 부문 전체 공통 지급, 30%는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총파업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조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간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은 약 4만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 규모와 기간 모두 삼성전자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8일간 파업이 강행될 경우 최대 30조원 피해와 함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고객사 이탈과 공급망 훼손까지 감안한 직간접 손실이 최대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선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76조에 따라 파업이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되면 30일간 파업은 전면 금지되고, 이후 중노위 조정과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마지막 발동 사례는 2005년 대한항공 파업으로, 이번에 실제 행사되면 21년 만이다.
정부는 아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발동 가능성은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적으며,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 제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파업 시 긴급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고용노동부와 중노위는 아직 즉각적인 긴급조정권 발동에는 선을 긋고 있다. 노동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사 간 대화의 시간이 남아 있고, 긴급조정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성급한 단계”라고 밝혔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도 긴급조정권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며, 대신 노사가 합의해 사후조정을 다시 요청하면 밤이든 휴일이든 언제든 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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