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업시 '100조 피해'…국민 비판 목소리 큰 이유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삼성전자(005930) 노조가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반도체 생산 차질과 기업 가치 훼손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1분기 기준 한국 전체 수출의 22.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파업 시 최대 100조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수치로 따질 수 없는 치명상까지 부각된다. 삼성 브랜드의 이미지 훼손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 국가 기간산업으로 번진 성과급 논쟁 등 후폭풍이 거세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수만 12만명이며 협력사도 1700여개에 달한다. 460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에게도 손해가 예상돼 총파업 방침을 굽히지 않는 노조를 향해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 파업 대비 반도체생산 조절 나서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업에 대비해 '웜다운(Warm-down)' 작업 등 사전 조치에 본격 착수했다.


웜다운은 파업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설비를 안정적인 상태로 전환하는 비상 작업을 뜻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D램 생산라인에서는 웨이퍼 보관함(FOUP) 약 1만5000개(웨이퍼 약 36만장)를 전용 물류 장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는 7만여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다. 파업 신청자 수는 4만3286명으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전체 직원(약 7만7300명)의 약 56%에 달한다. 노조 측은 실제 참여 규모가 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공정이 이어지는 대표적 장치산업이다. 파업에 따른 일시적인 가동 중지도 많은 양의 웨이퍼를 폐기해야 하는 손해로 이어진다.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글로벌 고객사 이탈과 협력업체 부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불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전면 중단될 경우 노조 파업 기간(18일) 전후를 포함해 30일가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피해 손실이 10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도 18일간 총파업시 하루 평균 1조원 이상 최대 30조원의 손실을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과 성과급 확대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연간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최대 43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삼성전자가 노조 요구를 수용해 영업이익의 10~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기본급을 5% 인상할 경우 추가 인건비 부담이 21조~35조원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18일간 생산 차질이 발행할 경우 약 4조원의 기회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이에 경제계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경제6단체는 성명에서 "정부와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력에도 노조가 기존 입장만 고수하며 파업을 예고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국가 핵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노조는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올해 반도체 수출액이 국가 전체 수출의 37%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세수 결손까지 초래해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 향한 여론 싸늘…"무리한 요구"

노조의 파업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민 10명 중 7명이 파업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삼성전자 파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여론조사공정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3%가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를 "과도한 요구"라고 평가했다.

노조는 DS 부문에 대한 연간 영업이익의 15% 수준의 성과급을 고정 지급하고 '연봉 50%'인 상한 폐지를 영구적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원대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는 4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반도체 부문 임직원 1인당 6억원에 가까운 성과금을 지급받는 셈이다.

반면 사측은 경영 실적과 시장 상황을 반영한 유연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의 초과이익성과금(OPI) 제도를 유지하되 DS 부문에 특별 포상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뿔난 주주들, 법적 대응 예고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지난해 삼성전자 주주배당액 약 11조원의 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울러 파업으로 인한 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24년 5월 삼성전자 노조의 첫 파업 선언 당시 주가는 하루 만에 3.09% 하락한 바 있다. 

주주단체는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상태다.

소액 주주 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지난 15일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를 상대로 법률 대응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며 직접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DX 홀대'에 노노 갈등 심화

노사 간 뿐만 아니라 노노(勞勞) 간 갈등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중심의 성과급만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디바이스경험(DX) 직원 사이에서 노조 탈퇴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400여명이 초기업노조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합원 70%가 DX 부문인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은 지난 4일 초기업노조·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함께 꾸렸던 공동투쟁본부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일부 DX부문 조합원은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사측과 교섭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에 돌입했다.

초기업노조 집행부의 추가수당 수령도 노조 탈퇴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 3월 열린 총회를 거쳐 초기업노조는 조합비의 일부를 임원 등의 직책수당으로 편성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노조 규약(제48조 직책수당)을 신설했다.

해당 규약에 따르면 위원장은 조합비의 최대 10%를 임원 및 부서 인원의 직책 수당으로 편성할 수 있다. 집행 인원이 8명 이하일 경우에도 최대 5%까지 편성이 가능하다. 

현재 조합원 약 7만명의 월 조합비 1만원을 적용하면 매달 최대 약 3500만원이 지도부 직책 수당으로 배정되는 구조다. 집행부 5명은 1인당 평균 월 580만원∼7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월 1000만원 안팎의 직책 수당 수령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최 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집행부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적용받아 회사 급여를 받는 동시에 조합비로 마련된 직책수당까지 이중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노동조합법상 예산 집행과 규약 제·개정 등 핵심 사안은 조합원이 선출한 '대의원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초기업노조는 대의원회 없이 5인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 권한이 집중돼 있다. 

◆중추 산업까지 확산 조짐

노사 간 보상 갈등이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조선·IT 등 국가 중추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등에서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N%'로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한면 대기업 전반에 이 제도의 확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현재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긴급조정권 첫 거론

정부는 삼성전자 파업을 막기 위한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하기도 했다.

전날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처음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세종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연다.

노사가 이날 사후조정에서 성과급 보상 제도를 두고 타협점을 찾을 경우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다. 

반면 지난 사후조정처럼 협상이 다시 결렬되면, 노조가 예고한 21일 총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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