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의 ‘담판’… ‘갈등 해소’ 공감대 속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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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명소 톈탄공원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톈탄공원은 명나라 영락제가 건설한 황실 제단으로 세계문화유적이기도 하다./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명소 톈탄공원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톈탄공원은 명나라 영락제가 건설한 황실 제단으로 세계문화유적이기도 하다./베이징=AP/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2017년 이후 9년 만에 중국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협상에 나섰다. 경제는 물론 안보 영역에서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 온 양 정상은 이러한 긴장 관계를 완화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미중 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미묘한 기싸움도 여전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14일 오전 10시 베이징 인민대회당 공식 환영 행사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인민대회당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자 그를 맞이했다. 약 20분간 환영 행사 후 양 정상은 인민대회당 안으로 입장,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은 약 2시간 15분가량 진행됐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전략경쟁 완화’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부산에서의 회담이 ‘긴장 관리’의 필요성을 공감한 자리였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실질적 조치’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양국 모두 충돌로 인한 리스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배경이었다.

실제 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충돌을 완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 주석은 “중미 간 공동이익은 이견보다 크다”며 “중미 양국의 각자 성공은 서로에게 기회가 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이전 어느 때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며 관계 개선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향해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간 양국은 무역과 관세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강하게 충돌해 왔다. 지난 2018년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를 부과하며 촉발된 ‘관세 전쟁’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더 격화됐다. 미국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을 규제했고, 중국 역시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제한에 나섰다. 이러한 양국의 갈등이 첨단 산업 전반의 패권 다툼으로 비화하며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베이징=AP/뉴시스

◇ 일부 성과 속 미묘한 신경전

이러한 상황이 불편한 것은 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상황이 자국 내 소비자와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시장 개방’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꺼내 든 배경이기도 하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3B(Boeing·Beef·Been) 품목'에 대한 중국의 대량 구매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열린 태도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미국이 요구한 ‘3B 품목’(Boeing·Beef·Been) 중 소고기 수출 업체에 대한 수출 허가를 갱신하고 약 500대의 보잉 737맥스 구매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일부 외신은 미국 정부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 기업에 엔비디아 H200 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 일부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이 일정 부분 성과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오랜 무역 갈등의 과열 양상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경제 분야에서의 갈등을 완화하는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이것만으로 양국 간 긴장 관계가 완벽히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 주석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신흥국과 패권국의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며 양국을 ‘대등한 관계’로 못 박았다. 기존의 국제 관계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대만 문제’와 같은 예민한 사안을 두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주미중국대사관은 이날 회담을 앞두고 SNS에 ‘4대 레드라인’으로 ‘대만 문제’를 지목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다루면 충돌하거나 양국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기술과 안보의 패권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가 뚜렷한 만큼 이번 회담은 사실상 ‘휴전’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1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관전 포인트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번 회담의 핵심은 ‘관계의 재설정’이 아니라 ‘갈등 관리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있다”며 “경쟁 속에서도 충돌과 공멸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과 소통 채널을 유지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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