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약탈금융' 지적에 금융권 '상록수 채권' 매각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이하 상록수)'를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공개 비판하자 금융권 전반으로 장기연체채권 정리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2일 오전 소셜미디어(X·옛 트위터)에 상록수 관련 보도를 공유해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지금까지 관할당국은 왜 이런 부조리를 발견조차 못하고 있었을까"라며 문제 해결 의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이날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자사 지분(30%)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인 차주들의 상황을 더 일찍 헤아리지 못한 점을 깊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채권 전액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상록수 보유 장기연체채권 전액을 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상록수는 지난 2003년 10월 카드대란 당시 폭증한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9개 금융기관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유동화전문회사(SPC)다. 신한카드(30%), 하나은행·IBK기업은행·우리카드(각 10%), KB국민은행(5.3%), KB국민카드(4.7%)와 대부업체 3곳(각 10%)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상록수가 공시한 '자산유동화계획 등록신청서'에 따르면 주요 주주 명단에는 △유에셋대부 △카노인베스트먼트 △나이스제삼차 등이 포함돼 있다.

핵심은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이 정부의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돼 있었다는 점이다. 새도약기금은 5000만원 이하·7년 이상 연체된 무담보채권을 캠코가 협약 참여 금융회사로부터 매입해 추심을 중단하고 채무조정 또는 소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상록수가 보유한 채권은 기금에 매각하지 않으면서,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장기연체 차주들이 정부 지원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상록수의 매각 대상 채권은 8500억원 중 이관이 불가한 회생채권 등을 제외하면 49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캠코가 지난달 중순께 상록수에 매각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지난달 말까지 회신을 요청했지만, 출자사들이 지난달 28일 사원총회에서 행정 절차 등을 들어 보류 의견을 다수 제시하면서 승인 결정이 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이 새도약기금으로 이관되면 차주에 대한 추심은 즉시 중단된다. 이후 상환 능력에 따라 채무조정과 분할상환이 추진,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차주의 채권은 1년 이내 자동 소각된다.

다른 주주사들도 잇따라 매각을 결정했다. 우리카드는 자산 규모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한 뒤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보유 채권을 새도약기금에 전액 매각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장기 연체 채무자들이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취약계층들이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KB국민카드는 별도의 채권 잔액은 없으나 지분(4.7%) 보유사로서 채권 매각에 동의했다.

IBK기업은행도 현재 채권 잔액이 없는 상태다.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이 업무 수탁기관이 될 텐데, 이미 양도와 관련한 동의 절차에 대해 암묵적으로 얘기했다"며 "굳이 보유할 이유가 없어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채권 매각까지는 절차적 과제가 남아 있다. 상록수 정관은 사원총회 결의를 총 사원의 동의로 규정하고 있어 전체 주주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업무 수탁기관인 한국산업은행은 현재 사원총회 개최를 위한 관련 문서를 접수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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