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나무호 피격 결과에도 신중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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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10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중이던 HMM 나무호 관련 정부 합동 조사단이 현장 조사를 지난 8일 실시했다"며 "조사 결과 지난 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M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상의 비행체 타격으로 훼손된 나무호 선미 외판 모습. (사진=외교부 제공) / 뉴시스
외교부는 10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중이던 HMM 나무호 관련 정부 합동 조사단이 현장 조사를 지난 8일 실시했다"며 "조사 결과 지난 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M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상의 비행체 타격으로 훼손된 나무호 선미 외판 모습. (사진=외교부 제공)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화물선 나무호의 화재가 외부로부터 비롯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외부 피격이 발생한 것인데, 정부는 발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잠재적 위협으로만 인식되던 중동 상황이 실제 피해로 이어진 만큼, 정부도 향후 대응방안 마련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역 내측 움알쿠와인항 항만 경계 밖 수역에 정박 중이던 HMM의 선박 나무(NAMU)호에서 발생한 화재는 외부 요인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합동 조사단은 지난 8일 현장조사를 통해 ‘미상의 비행체’가 HMM 선박 선미를 타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후 3시 30분경 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와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을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타격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미상의 발사체’라고 설명한 것은 공격을 가한 발사체가 드론인지 미사일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CCTV 영상에서 해당 비행체를 확인했으나 정확한 기종과 물리적 크기 등을 파악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누가, 어떤 의도로 발사를 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수거해 추가로 분석 과정을 거치겠다고 설명했다.

아직 공격 주체가 특정되지 않은 만큼, 정부는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일반 상선에 대한 공격은 용납될 수 없고, 규탄 대상이 분명하다”면서도 “(공격 주체가 특정되기 전까지는) 어떤 예단을 갖거나 미리 단정해서 조치하겠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했다. 일단 추가 조사를 마친 뒤 정확한 판단이 서는 대로 ‘상식적인 대처’를 해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 불분명한 ‘공격 주체’… 정부는 여전히 ‘신중’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는 어떠한 선택이든 외교적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호 화재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작전 참여 필요성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는데, 이는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우리로선 부담스러운 요구다. 에너지 안보는 물론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 통항 문제 등 여러 사안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공격 주체로 ‘이란’을 지목하는 시각에 대해 일단 선을 그은 것도 이러한 이유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사고 직후 이란 국영 언론이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보도한 것과, 전날(10일) 외교부가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불러들인 것 등을 근거로 이란의 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정부는 외교부에서 이란대사를 불러들인 것은 관계국과의 ‘협의’라고 설명했다. 항의의 의미가 짙은 ‘초치’의 형식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여러 사정을 고려해 정부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 상황이 국민 안전에 직접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권은 앞서 청와대가 ‘피격이 확실치 않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도 문제를 삼고 있다.

일단 정부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관국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는 원칙적 입장이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지속적으로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프랑스 주도의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과 함께 미국 주도 ‘해양자유구상(MFC)’ 참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청와대는 “해협의 안전과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국제 노력에는 다 협의하고 검토하고 필요한 협력을 하려는 입장”이라고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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