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 민주항쟁의 정신을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으로 삼으려던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헌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표결에 불참하면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무산으로 6·3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려던 여권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7일 국회는 제435회 본회의를 열고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최종적으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이번 개헌안은 지난 달 3일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및 무소속 의원 187명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헌법 전문에 민주 이념 명시와 대통령 계엄 선포 시 국회 승인 절차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 286명 중 3분의 2인 19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표결에 참여한 인원은 178명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통해 개헌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번 개헌을 삼권분립을 무력화하는 '졸속 개헌'이자 정략적 선거 도구로 규정하며 표결 불참 이유를 밝혔다. 국민의힘 측은 "헌법 가치는 권력 독점이 아닌 국민 합의와 법치주의 수호에 있다"며 "선거가 없는 시기에 차분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5·18 공법3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개헌 무산은 명백한 정치적 배신이자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책임 회피"라며 "5월 정신은 결코 협상이나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5·18정신헌법전문수록국민추진위원회 역시 "개헌안 의결 자체가 불성립된 책임은 전적으로 정치권에 있다"며 여야 모두를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오후 본회의를 다시 열어 개헌안 표결을 재차 시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6·3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한 법정 한도인 오는 10일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국회 내 의석 구조상 국민의힘의 협조 없이는 개헌안 통과가 불가능한 만큼, 향후 여야의 정치적 협상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투표 불성립 선포 후 "39년 만의 개헌이 국민투표로 가기도 전에 국회 의결에서 멈춘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우 의장은 "12·3 비상계엄으로 겪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헌법을 고치는 것이 국회의 분명한 역사적 책무"라며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지 못해 또다시 제2의 12·3 사태가 생기면 오늘의 결과가 얼마나 통탄스러울지 두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표결에 불참한 의원들을 향해 "불법 비상계엄에 동조·방조한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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