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약국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달 28일 복지위를 통과한 해당 개정안은 약국 이름에 ‘창고’, ‘공장’ 또는 이와 유사한 외래어·외국어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이를 “소비자 또는 환자가 의약품을 남용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로 규정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른바 ‘창고형 약국’이나 ‘팩토리 약국’ 등 대형·개방형 약국 모델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자 이를 겨냥해 나온 입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구체적 실증 없이 특정 표현 자체를 규제 대상으로 삼으면서 과잉입법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의약품 오남용 우려… 근거 있나
창고형 약국은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대형 매장 형태로 진열하고 소비자가 직접 비교·구매할 수 있도록 운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존 동네약국보다 저렴한 가격과 개방형 진열 구조가 입소문을 타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렸고, 일부 약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약사회 일각에서는 의약품의 과소비와 가격 경쟁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문제는 법안이 제시하는 규제 방식이다. 복지위에 제출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창고형 약국이 “의약품을 일반 공산품처럼 인식하게 하여 복약지도 기능이 약화되고 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로 창고형 약국의 등장 이후 의약품 오남용이 증가했다는 통계나 부작용 사례는 제시되지 않았다.
입법은 원칙적으로 구체적인 위험성과 규제 필요성이 입증돼야 한다. 특히 영업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라면 더욱 엄격한 근거가 요구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상당 부분 ‘우려’에 근거하고 있다. ‘팩토리’라는 표현이 실제 복약지도의 약화나 의약품 남용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검증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행 ‘약사법’ 체계 안에서도 상당 부분 규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행 ‘약사법’ 제47조는 이미 “약국의 명칭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시행규칙 역시 의료기관과 혼동될 우려가 있는 명칭이나 특정 질환 전문약국처럼 오인될 수 있는 표현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즉 실제로 허위·과장 광고나 소비자 오인이 발생했다면 현행 규정으로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한발 더 나아가 특정 단어 자체를 법률 차원에서 제한하려 한다. 규제 대상이 실제 소비자 피해 행위가 아니라 특정 영업 방식이 주는 ‘이미지’ 자체로 확장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개정안 문구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창고”, “공장” 및 “이와 같은 의미를 가진 외래어·외국어”라는 표현이다. 어디까지가 ‘같은 의미’인지 법안 어디에도 구체적 기준은 없다. ‘팩토리(factory)’는 금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웨어하우스(warehouse)’는 가능한지, ‘아웃렛(outlet)’이나 ‘메가(mega)’ ‘마트(mart)’ 같은 표현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실제 검토보고서 역시 “구체적인 금지 대상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규제 범위가 행정해석에 따라 계속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법률이 모호할수록 시장 혼란과 형평성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약사회는 “대량 유통·판매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명칭이 의약품을 일반 공산품처럼 인식하게 해 오남용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논리가 다소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창고형 약국 운영 이후 의약품 오남용이 증가했다는 통계나 부작용 사례는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의약품의 경우 이미 편의점 판매와 온라인 정보 검색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특정 명칭만으로 소비 행태가 급격히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이번 규제가 실질적인 안전관리보다 특정 영업 방식의 이미지를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메가팩토리약국 대표인 정두선 약사는 오히려 기존 약국 구조의 한계를 지적한다. 정 대표는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으며, 약사는 상담에 집중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기존 약국처럼 카운터 안에서 약사가 일방적으로 제품을 권하는 방식보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살펴보고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이 복약지도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메가팩토리약국 측은 1인 구매 수량 제한과 복약지도 강화 등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남용 논리에 대한 반박도 내놨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시기 해열제와 감기약 사재기가 벌어졌지만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며 “실제 데이터 없이 막연한 우려만으로 새로운 유통 모델을 규제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결국 약국의 공공성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있다. 의약품이 일반 소비재와 다른 특수성을 가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영업 방식의 이미지를 제한하는 방식이 최선의 규제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실제 판매 제한이나 구매 이력 관리 같은 실효적 관리체계 대신 상호 표현 규제부터 추진하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약국 시장의 변화가 기존 질서에 충격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새로운 유통 모델에 대한 검증보다 이름부터 금지하는 방식이 과연 타당한 규제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또 일각에서는 의약품 오남용이 실제 우려 사항이라면 규제당국이 판매 관리와 복약지도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지, 특정 명칭 규제를 통해 소비자 선택 자체를 문제 삼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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