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브랜드⑤] 美 타임이 찍은 한국 기업 단 1곳…25세 김병훈 대표 피부 고민서 출발한 에이피알 ‘메디큐브 신화’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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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지금 K-팝·드라마에서 성큼 전진해 K-푸드, K-뷰티, K-패션으로 글로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각 기업을 대표하는 핵심 브랜드를 중심으로 탄생 배경부터 성장 전략, 글로벌 확장 과정까지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송출 중인 메디큐브 광고. /에이피알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에이피알이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지가 발표한 ‘2026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됐으며, 국내 K-뷰티 기업으로는 처음이다. 타임은 에이피알을 “전 세계 K-뷰티 성장의 차세대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국내에서는 삼성, SK, 한화, 현대차 등이 100대 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는 K-뷰티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500만원으로 창업한 회사는 10년 만에 ‘1조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고기능성 스킨케어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를 결합한 전략은 뷰티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고, 틱톡 등 SNS를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다. 지난해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는 뷰티 카테고리 판매 1위를 달성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에이피알 최근 10년 매출 변화. (단위 : 억원) /그래픽=방금숙 기자

지난해 메디큐브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에이지알(AGE-R)’을 합산한 연 매출은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뷰티 브랜드 가운데 단일 브랜드 기준 최고 수준이다.

모회사 에이피알도 2014년 창립 이후 11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273억원, 영업이익은 365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11%, 198%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 메디큐브, 25살 김병훈 대표의 피부 고민서 출발

메디큐브의 시작은 창업자의 개인적인 문제의식이었다.

창업자인 김병훈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여드름과 민감성 피부로 화장품을 꾸준히 사용하면서도 “광고는 화려하지만 실제 피부 고민을 해결해주는 제품은 드물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당시 25세였던 김 대표는 “고객이 실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2014년 이노벤처스(현 에이피알)를 설립했고, 2년 뒤 피부 고민 해결형 기능성 브랜드 메디큐브를 선보였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에이피알

초기 메디큐브는 유명 모델 대신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실제 사용 후기와 피부 변화 콘텐츠를 앞세워 1020세대 입소문을 탔다. 이후 홈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에이지알’까지 확장하며 지금의 ‘뷰티 테크’ 전략을 완성했다.

100만원 안팎이던 프리미엄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20만~30만원대 제품을 내놓으며 ‘1가구 1디바이스’ 대중화 전략을 꺼내든 것이 성장의 분기점이 됐다.

뷰티 디바이스를 통해 화장품보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기 구매 이후 전용 젤·패드·기초화장품 등 소모품의 반복 구매 구조를 구축한 것이 ‘락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올해 1월 기준 에이지알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6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9월 500만대를 넘긴 뒤 불과 4개월 만에 100만대가 추가 판매된 것이다.

화장품 부문에서는 제로모공패드, 콜라겐 랩핑 마스크, PDRN 앰플 등이 잇따라 흥행하며 지난해 화장품 매출만 1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 중국 대신 ‘미국’ 선택…아마존 상위제품 1위

에이피알의 또 다른 승부수는 ‘비(非)중국 전략’이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면세점과 따이궁 수요에 집중하던 시기, 에이피알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키웠다. ‘한국 화장품’이 아닌 ‘글로벌 스킨 솔루션 브랜드’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메디큐브 부스. /에이피알

2024년 상장 이후 해외 공략은 더욱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 코첼라 스폰서십, 현지 팝업스토어 운영 등 본격적인 마케팅이 브랜드 인지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성과는 미국 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메디큐브는 제로모공패드와 콜라겐 라인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서 뷰티 카테고리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프라임데이에서는 뷰티 카테고리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최대 뷰티 편집숍 얼타뷰티 1400개 전 매장에 입점하며 온라인 중심이던 유통망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했다.

일본에서도 메가와리 등 주요 이커머스 행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올해 1분기 5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같은 해외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은 1조2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7%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약 8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 초고속 성장한 메디큐브, 지속 가능성 증명해야

이제 메디큐브가 증명해야 할 것은 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성장의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 성장의 상당 부분이 미국과 일본에 집중돼 있는 만큼 시장 다변화와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성 관리도 과제다. 지난해 에이피알의 광고선전비는 2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늘었고, 해외 플랫폼 판매수수료는 2514억원으로 168% 증가했다. 최근 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물류 지연, 항공 운임 상승,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투자까지 맞물리며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에이피알 CES부스에서 고객이 에이지알 뷰티 디바이스를 체험하고 있다. /에이피

갈수록 홈뷰티 디바이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도 변수다. 여기에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에 화장품 생산을 맡기며 비용 효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자체 화장품 기술과 독자 성분 등 차별화된 기술력도 요구되고 있다.

다만 에이피알 측은 수익성 방어에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4%로 전년 17% 대비 개선됐고 전통 뷰티 기업들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라며 “판매 수수료 등은 글로벌 확장에서의 자연스러운 증가로, 성장과 수익성을 균형 있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다음 무대는 유럽·동남아…“2조 클럽 도전”

에이피알은 올해를 ‘글로벌 브랜드 도약의 해’로 삼고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

화장품 부문에서는 올해 초부터 헤어·바디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세부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 역시 신제품을 지속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20~30개 수준이던 SKU는 최근 50~60개까지 늘었다.

메디큐브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 라인업. /에이피알

미국과 일본 시장에 안착한 에이피알은 유럽과 동남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유통채널 세포라 온라인몰에 메디큐브를 공식 론칭하고,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17개국 판매를 시작했다. 약 450개 오프라인 매장에도 순차 입점 중이다.

동남아에서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중심으로 틱톡 등 디지털 마케팅과 인플루언서 협업을 확대하며 브랜드 접점을 넓히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도 에이피알이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주요 증권사 11곳은 에이피알의 올해 1분기 매출액 5838억원, 영업이익 1434억원을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9.5%, 162.6%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SK증권은 올해 매출 2조3380억원, 교보증권은 2조2682억원, 한화투자증권은 2조2060억원을 제시하며 ‘2조 클럽’ 진입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올해도 메디큐브를 중심으로 내실 있는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미국, 일본 주력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유럽, 동남아 등 글로벌 전반으로 사업 확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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