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쏘아 올린 ‘북한 호칭’ 논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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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구성시 핵시설'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구성시 핵시설'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불을 붙인 ‘북한 호칭’ 문제가 본격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본격 공론화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논쟁은 확산할 기미다. 단순히 ‘어떻게 부를까’의 문제가 아닌 북한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의 문제라는 점에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는 북한의 공을 피할 것인가, 받아칠 것인가라는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된 셈이다.

29일 한국정치학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특별학술회의에 관심이 집중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불씨를 던진 ‘북한 호칭’ 문제를 다루는 세미나였기 때문이다.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 북한인가 조선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회의는 통일부가 후원을 했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참석해 축사에 나섰다. 정부가 북한에 대한 호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바꾸기 위한 본격 공론화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 까닭이다.

북한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오랜 시간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남북 교류가 본격화하면서 일부 학계나, 전문가 그룹에서 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변화하는 남북 관계의 흐름에서 이는 추진력을 받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올해 신년사와 공식 석상 등에서 북한을 ‘조선’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은 급속도로 확산했다.

야권은 즉각 “북한 조선노동당 대변인인가”라며 비판했지만, 정부도 나름의 명분은 있다.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을 넘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차관이 이날 학술회의 축사에서 호칭 문제와 관련해 “북한 체제 존중, 흡수 통일 불수용, 적대 행위 불추진을 원칙으로 하는 이재명 정부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러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북한 평양에서 러시아 쿠르스크 해방작전 종결 1주년을 맞아 열린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북한 평양에서 러시아 쿠르스크 해방작전 종결 1주년을 맞아 열린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뉴시스

◇ 만만치 않은 쟁점들

하지만 이러한 의지는 역설적으로 논쟁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이번 사안이 북한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의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공식 국호로 부르는 것이 사실상 국가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제일 큰 우려다.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남조선’, ‘남측’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효의 문제도 제기된다.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은 상황에서, 호칭을 달리한다고 대화의 틈이 생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다. 다만 지난 남북 관계의 역사를 살펴볼 때 지속적으로 국가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북한을 공식 호칭으로 부르는 것은 충분히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의 변화가 없다고 해서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야권은 즉각 이러한 주장을 ‘위헌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헌법 제3조 영토조항에도 위반되고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헌법 제4조 통일조항에도 위배된다”며 “따라서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겠다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며, 공론화를 거쳐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정 장관에 대한 경질을 압박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을 공식 호칭으로 부른다고 해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나왔다.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학술회의에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자 국가의 의사 표시”라며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자동적으로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와 관련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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