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 현주소] 여성 광역단체장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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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중앙여성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2026 지방선거와 여성의 대표성! 어디까지 왔는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김소은 기자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중앙여성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2026 지방선거와 여성의 대표성! 어디까지 왔는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김소은 기자

시사위크=김소은 기자  6·3 지방선거가 3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의 행보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도입 이후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여성 광역단체장이 배출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 16명 중 유일한 여성인 추 후보가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여성 공천 확대 여야 의원 한목소리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중앙여성위원장)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2026 지방선거와 여성의 대표성! 어디까지 왔는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많은 여성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시작 전부터 “여성 정치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열기를 더했다. 또한 국민의힘 서명옥·김희정·한지아·나경원·김민전 의원과 민주당 이수진 의원 등 여야 여성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남성 의원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의원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여성 정치의 벽을 구체적인 사례로 공유했다. 나경원 의원은 초선 시절에는 많은 업무를 받았지만 재선 이후에는 견제 대상이 돼 주요 업무에서 배제됐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희정 의원은 “국토교통위 회의 중 화장실만 가도 (의결 수로 인해) 눈치가 보였는데, 여성 단체 행사에 간다고 하니 빨리 갔다 오라 했다”며 “여성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현재 한국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 30년간 여성 광역단체장은 전무했고, 기초단체장 역시 전국 226명 중 단 7명(3%)에 불과하다. 여성 기초의원은 30% 초반이며 광역의원은 19.8%에 그치고, 제21대 국회의원 또한 300명 중 57명(19.0%)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상급 의회로 갈수록 여성 진출 장벽이 높아지는 ‘구조적 배제’ 현상이 뚜렷하다. 여성 유권자가 남성 유권자보다 43만명이 더 많지만 정치권에는 인구 구조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수진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공천 30% ‘노력 조항’을 ‘의무 조항’으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에 따라 비례대표의 경우 50% 이상 여성 추천이 의무화돼 있지만 지역구의 경우 30% 이상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에 머물러 ‘권고적 할당제’로 불리고 있다.

여성 공천할당제 도입 관련 여론조사. / 그래픽=이주희 기자
여성 공천할당제 도입 관련 여론조사. / 그래픽=이주희 기자

민주당 역시 당헌 제8조에 따라 광역의원 30% 이상 여성 추천을 ‘의무 조항’으로, 자치단체장의 경우 30% 이상 여성 추천을 ‘노력 조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지난 8회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여성 광역의원 공천율이 민주당 공천자 수 대비 약 21%, 기초의원은 28%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당헌·당규상의 약속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석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는 시혜적 권리 구제가 아닌 ‘왜곡된 대의제의 정상화’를 위한 필수 과제로 정의했다. 그는 남녀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이를 균등하게 반영해야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여성 참여율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복지 관련 의제가 활발히 다뤄진다는 점을 근거로 여성 정치참여의 장점으로 △생활 경험의 가시화 △정책의 포괄성 증대 △사회적 지속가능성 제고 등을 꼽았다.

현 상황의 해결책으로 △남녀 동등 참여 보장 관련 헌법적 의무 규정 삽입 △현행 지역구 할당제 30% 권고를 ‘의무’로 전환 및 처벌 강화 △비례대표 대폭 강화 등을 제안했다. 통계적으로 여성 의원 비율이 30%를 넘어야 의회 내에서 유의미한 제도적, 문화적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현재 한국은 비례대표 비중이 약 15.7%로 비례대표 비중 자체가 작아 ‘여성 50% 할당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송진미·황선주 입법조사관 역시 ‘여성할당제 도인 20년: 여성의원 충원패턴의 변화와 지속’ 보고서를 통해 각 정당이 지역구 후보 추천 시 ‘30% 권고적 할당제’를 준수한다면 여성의원 비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고 관측했다. 실제 제22대 총선 의석수를 기준으로 여성 의원이 지역구 의석의 30%(76석), 비례 의석의 50%(23석)를 차지할 경우 전체 여성 의원은 총 99명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여성 의원 비중이 OECD 회원국 평균(전체 의석의 33%)에 근접하게 된다.

같은 날 최호정 서울특별시의회 의장도 토론회에 참석했다. 최 의장은 서울시의회 68년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이자, 시도의장 협의회 34년 역사상 첫 여성 회장이다. 그는 자신의 기록이 영광스럽지만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자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에게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음을 꼬집으며 “절반의 국민이 빠진 자리에 국가의 미래를 논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6·3 지방선거가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의뢰로 2026년 4월 8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 RDD 100%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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