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헌법재판소가 녹십자의 ‘백신 입찰담합’ 사건과 관련한 재판소원에 대해 본안 심리에 착수한다.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첫 전원재판부 회부 사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정재판부 사전심사 결과 녹십자가 대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재판소원)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해당 청구는 ‘백신 입찰담합’ 관련 행정소송 확정 판결의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앞서 녹십자는 2017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질병관리청이 발주한 가다실(HPV4가) 백신 구매입찰 3건에서 담합을 벌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20억35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조사 결과 녹십자는 도매상들을 들러리로 참여시켜 낙찰을 받은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동일 사안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백신 입찰 구조상 제조사 ‘공급확약서’를 확보하지 못하면 유찰되는 특성 때문에, 공동판매사가 아닌 제3의 업체는 실질적으로 참여가 어렵고 경쟁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 인정됐다. 이에 따라 들러리를 세웠더라도 업체 간 경쟁 제한을 전제로 한 ‘공동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반면 행정소송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형사 판결 확정 이전인 지난해 10월, 입찰 과정에서 유통업체 간 경쟁이 존재한다고 보고 녹십자의 담합을 인정했다. 이후 녹십자가 제기한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올해 2월 12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하급심 판단에 중대한 법리 오해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본안 심리를 진행하지 않는 절차다.
녹십자 측은 동일 쟁점에 대해 대법원이 형사 사건과 행정 사건에서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특히 원심이 기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데도 심리불속행 기각을 한 것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해 재판청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녹십자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은 “본안 심리를 통해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의 헌법적 한계와 재판청구권 보장 문제에 대한 법리가 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전날 자정까지 총 525건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265건은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됐다. 현재까지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녹십자 건이 유일하다.
헌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장에게 답변 제출을 요구하고, 공정거래위원장과 법무부 장관에게도 심판 회부 사실을 통지해 의견서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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