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 가계 부담을 낮추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알뜰폰(MVNO)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며 시장 경쟁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만원대 요금제와 최적요금제 고지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소비자 혜택은 커졌지만 ‘정책 간 충돌’로 인한 시장 왜곡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6월부터 LTE와 5G를 통합한 2만원대 요금제 출시와 데이터 소진 이후에도 400kbps 속도를 제공하는 QoS(데이터 안심옵션) 전면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50여개 요금제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구조 단순화도 같은 일정으로 추진된다. 이용자별 ‘최적요금제’ 안내 의무화는 하반기 준비를 거쳐 오는 10월 시행이 목표다.
통신비 부담 완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요금제 개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날 예정이다. 당장 QoS 전면 적용으로 약 717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데이터 초과 요금 부담이 줄면서 연간 3221억원 수준의 통신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5G 최저 요금 구간이 기존 3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로 내려오면서 가입 문턱도 낮아진다. 요금제 구조 단순화까지 더해지면 이용자는 보다 쉽게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통신업계 경쟁 구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통신 3사가 저가 요금제를 확대하면서 알뜰폰과의 가격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 현재 알뜰폰 5G 요금제가 2만원 중후반대에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2만원대 통신사 요금제가 안착할 경우 소비자 선택 유인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요금제 단순화 역시 비교 편의성은 높이지만 요금 차별화를 약화시키며 경쟁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구조적 한계도 여전히 뚜렷하다. 알뜰폰은 통신사 망을 빌려 쓰는 구조상 도매대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매대가 사전 규제가 폐지된 이후 통신사가 가격을 낮출 유인은 줄어든 상태다. 통신사 계열 알뜰폰 점유율이 약 50%까지 확대되면서 시장이 외형상 경쟁이 아닌 내부 경쟁 형태로 재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 역시 이를 반영한다. 다수 알뜰폰 사업자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익을 내는 업체는 제한적이다. 여기에 전파사용료 부과 확대와 제도 변화까지 겹치면서 중소 사업자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하반기 시행 예정인 ‘최적요금제’ 고지 제도도 또 다른 변수다. 이용자의 데이터 사용량과 이용 패턴을 분석해 적합한 요금제를 안내하는 구조로, 과도한 요금제를 쓰던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이다. 실제로 이용자 상당수가 필요 이상으로 높은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최적’의 기준을 누가 정하느냐는 논란이 남는다. 업계에서는 이통사가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데이터 중심 차별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결합상품이나 부가 혜택을 앞세운 고가 요금제 유도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추천 기준과 검증 체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 선택이 왜곡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정부 정책이 ‘요금 인하’와 ‘경쟁 촉진’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통신사 요금을 낮추면 알뜰폰 기반이 흔들리고, 알뜰폰을 보호하려면 통신사 부담을 키워야 하는 구조다. 정책이 시장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기보다 직접 개입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는 알뜰폰이 독립적인 경쟁 주체로 성장하기 어렵다”며 “저가 요금 중심 B2C 시장을 넘어 기업용 통신이나 IoT 등 새로운 영역으로 역할을 확장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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