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보험 설계사가 50만명을 훌쩍 넘어서며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지만 정작 경영 효율성 지표인 인당 생산성은 수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보호 리스크도 함께 부각하고 있어 인력 확충이 곧 성장으로 이어지던 기존 보험업계 영업 공식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손해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21만6382명으로 전년 대비 3만2261명 증가했다. 손해보험사가 14만1365명으로 2만3986명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고, 생명보험사도 7만5017명으로 8275명 증가했다. 여기에 GA(법인보험대리점) 인력까지 합산하면 전체 설계사 규모는 약 56만명에 달한다.
회사별로는 메리츠화재가 4만4089명으로 가장 많은 설계사를 보유했다. 1년 새 1만명 넘게 늘며 공격적인 조직 확대에 나선 영향이다. 삼성생명(3만3940명), 삼성화재(2만5341명)도 뒤를 이었다. 한화생명은 제판분리 이후 복수 GA를 통해 3만8000명 이상의 설계사를 확보했고, 인카금융서비스·GA코리아 등 대형 GA들도 인력 확충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외형 확대에도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속 설계사의 수입보험료는 3조8299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감소했다. 생명보험사는 1조6768억원으로 6.2% 증가했지만, 손해보험사는 2조1531억원으로 17.4% 줄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설계사 수 급증과 매출 감소가 겹치면서 인당 생산성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전속 설계사 1인당 생산성은 1769만원으로 전년 대비 22.2% 감소했다. 생보사는 2235만원으로 130만원 줄었고, 손보사는 1523만원으로 698만원 감소했다. 인력 확대가 실질적인 영업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A 채널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GA 수입보험료는 13조8349억원으로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생보 GA는 19.6% 늘었지만 손보 GA는 0.5% 증가에 머물렀다. 설계사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성장세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확산된 ‘N잡 설계사’도 변수로 꼽힌다. 이는 부업 형태로 보험을 판매하는 구조로, 비대면 교육을 통해 자격을 취득한 뒤 지인 중심으로 영업하는 방식이다. 메리츠화재 ‘메리츠파트너스’는 지난해 1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85.7% 급증했고, 삼성화재 ‘N잡크루’ 등 유사 모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만 단기간 교육과 온라인 중심 영업 구조로 인해 상품 이해도와 사후관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형 경쟁이 격화되면서 소비자 보호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설계사 유입과 이탈이 반복되며 계약 이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고아계약’ 우려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N잡 설계사 비중이 높은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정착률도 하락세다. 손보업계 설계사 정착률(13회차)은 2024년 54.57%에서 2025년 51.73%로 2.8%포인트 낮아졌다. 메리츠화재의 정착률은 39.85%로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도 제동에 나섰다. 최근 주요 손해보험사를 소집해 설계사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내부통제 강화와 상품 교육 보완을 주문했다. 불완전판매와 허위·과장 광고, 모집 질서 위반 등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N잡 설계사 확대와 함께 불완전판매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당국이 관련 현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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