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A씨는 최근 귀가 침침해진 아버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10만원대 해외직구 보청기를 선물했다. 아버지가 병원이 먼 시골에 살고 계신 데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직접 모시고 병원을 오가기 번거롭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를 착용한 뒤 오히려 소리가 웅웅거리고 귀가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알고 보니 이 제품은 의료기기인 보청기가 아닌 단순 '음성 증폭기'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보청기, 휠체어 등 장애인 다소비 품목을 대상으로 온라인 불법 유통 및 부당 광고를 점검한 결과, 의료기기법을 위반한 게시물 총 291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지난 2025년부터 운영 중인 소비자단체,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의료기기 민·관 합동 온라인 감시단’이 참여했다. 점검 결과 보청기와 의료용 스쿠터가 각각 10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의료용 교대부양 매트리스 43건, 의료용 침대 34건, 휠체어 14건 순이었다. 적발된 291건 중 285건이 의료기기 불법 해외직구 광고였다.
의료시설 접근성이 낮은 지역 거주자나 고가의 보청기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해외직구 제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이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적발된 제품 대다수가 주파수 조절 기능이 없는 단순 '음성 증폭기'를 보청기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청기는 전문가의 검사를 통해 사용자의 청력 상태에 맞춰 특정 주파수를 조절해야 하는 정밀 의료기기다. 반면 단순 음성 증폭기는 모든 소리를 일률적으로 키우기 때문에, 이를 보청기로 오인해 장기간 사용할 경우 오히려 청력이 더 빠르게 악화되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식약처는 이번에 적발된 위반 게시물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네이버,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사에 즉각적인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 또한 반복적으로 위반한 업체 13개소에 대해서는 관할 기관에 현장 점검을 의뢰하는 등 강경 조치에 나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의료기기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부작용 발생 시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며 “온라인 구매 시 개인통관고유번호를 요구한다면 허가받지 않은 제품일 가능성이 크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허가 여부는 ‘의료기기안심책방’ 누리집에서 제품명이나 모델명을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어르신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현혹하는 불법 유통 환경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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