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정당법 개정안 통과로 2004년 폐지됐던 지역구 정당 조직(이하 지구당)이 22년 만에 부활을 예고하며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개혁진보 4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은 ‘돈 정치 지구당 부활, 기득권 야합 규탄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8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은 △비례대표 비율 14% 상향 △광주시 4개 선거구 중대선거구제 도입 △자치구·시·군의회의원 선거 중대선거구제 시범 지역 27곳 확대 △당원협의회·지역위원회에 사무소 1개소 설치 허용 등이 골자다.
문제는 ‘여론조사 지지율 5% 이상 정당의 지역 사무소 설치 허용’이다. 국회의원이 없는 지역에도 정당 사무소를 둘 수 있게 되자 이를 두고 ‘돈 먹는 하마'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구당은 1962년 도입됐으나 2002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차떼기’ 사건 등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돼 2004년 ‘오세훈법’을 통해 폐지됐다. 이후 ‘민주당 지역위원회’와 ‘국민의힘 당원협의회’로 존재했지만 현행법상 △사무실 설치 △유급 직원 고용 △후원금 등이 금지돼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후원금 모금을 금지하고 있어 과거 지구당 폐지의 원인이었던 ‘돈 정치’와는 궤를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무소 운영에 매달 약 1,000만원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 없기 때문에 불법 정치자금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후원회가 있으면 그나마 정치 자금 통로가 투명해지고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후원회를 두는 건 불가능하다”며 비용 조달에 관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1세기 정치에서는 지구당 부활이 아니라 국회의원 사무실 폐쇄부터 논의돼야 한다. 당원들도 SNS로 소통하는 시대에 (국회의원 사무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거 SNS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사무실에 모여 당원 교육을 받았지만 이제는 강성 지지층을 집결시키는 효과만 남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구당 부활이 오히려 지역 토착 세력의 힘을 강화해 청년 정치인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개혁진보 4당 “소수 정당 말살 책동 중단하라”
개혁진보 4당은 이번 개정안을 ‘거대 양당을 위한 지구당 부활’로 규정하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무소 설치 기준인 ‘여론조사 지지율 평균 5%’ 조항이 논란이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 3%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오차범위가 존재하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한 이번 개정안이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논의가 4당을 배제한 채 양당 간 ‘2+2 회동’을 통해 진행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회의결과를 사후 추인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김철현 평론가 역시 이번 개정안이 거대 양당 체제를 더욱 고착화한다고 꼬집었다. 헌법 개정 논의의 핵심인 ‘다양성 존중’을 무시한 채 거대 양당 주도로 법안을 처리한 것은 헌법 정신에 반하며 시대에 역행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민주당이 헌법 개정을 논의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22년 만에 부활하는 지구당이 여야의 일방적 합의로 추진된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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