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번 편에서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상황을 '62%'로 정의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와 로 모션(Rho Motion)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2070만대였다.
그중 중국이 절반 이상을 소화했다. 이 교수가 62%에 주목한 이유다. 중국이 1290만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시장의 약 62%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이 교수는 "그들만의 잔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은 내수 시장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차사들이나 수입 배터리사들이 힘을 못 쓰게 한다"며 "과도하게 말하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나머지) 전기차 3분의 1을 가지고 (각국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아직 전기차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정부 보조금 의존으로 판매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내연기관차를 이길만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이전이다 보니, 어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극복이 되려면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하거나 이하로 떨어지는 타이밍이 와야만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 배터리업계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폭발적 성장을 이뤄냈기에, 우리 정부도 각종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전기차 캐즘이 일시적 수요 정체가 아닌, 장기적 수요 정체가 된 모양새다.
"장기적으로 접어든 게 분명히 맞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기 7500달러 보조금 집행을 통해 친환경 정책을 펼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정책을 바로 중단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국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미국에서의 전기차 판매가 급감했다.
당연히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공장을 설립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한국 업체들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전기차 캐즘 해소는) 트럼프 정권하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외에도 미국은 정책적으로 중국 업체를 경계했지만, 유럽은 경계 없이 가격만 보고 저렴한 회사를 선택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지금 상황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다른 대체 시장이 확실히 떠오르지 않는 한 이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그럼에도 전기차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기차는 무조건 갈 수밖에 없다. 다만 100% 전기차로 가느냐, 최근 점차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소 전기차하고 양분하느냐의 문제다. 전기차로 가기 위한 선결 조건은 역설적이게도 원자력발전소가 적극적으로 만들어지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진 국가여야 한다. 이래야 부담 없이 전기차로 전환할 수 있다.
기존 화석 연료 베이스에서는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 자체가 오염원을 유발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지금은 각국 정책이 전기차 수요를 지속 리드하고, 에너지 정책까지 포괄적으로 보고 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배터리 3사는 성장성이 높은 ESS나 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사업 중심축을 옮기는 모습인데.
"ESS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의 사업 이동은 아주 스마트한 전략이라기보단, 전기차 대체 시장으로 고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ESS는 배터리 용량이 전기차 대비 많지만, 차처럼 연간 수천만대가 판매되는 시장은 아니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전기차와 비교하면 배터리가 훨씬 적게 들어간다.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볼 때 일부 공장에만 들어가는 게 아닌, 영화에서처럼 가정용 보급이 많이 되면 자동차와 견줄 만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까지 배터리 화재, 불량 등 이런 이슈가 떠오르지 않고 안정성 있게 지속적인 R&D(연구개발) 투자를 하면서 버티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단기적으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수단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 사업들도 하나의 사업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선 중국이 주도하는 LFP(리튬·인산·철)보다 삼원계(한국 주력)와 전고체가 주목받는 것 같다. 중국과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분야로 보이는데.
"충분히 부각할 수 있어야만 한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작은 부피를 가지고도 많은 용량을 커버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면이 장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중국에서 많은 자금을 투입해 LFP 배터리가 초창기보다 20% 이상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삼원계 배터리와의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 셈이다.
또 삼원계 배터리가 공격받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화재 위험성이다. 결국 화재 위험성을 예측, 배터리 이상 유무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LFP 배터리는 재활용성이 떨어지기에, 지표를 각국이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환경 보조금 등에 집어넣을 수 있도록 유도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 전고체 배터리, LFP 배터리에 대한 기술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를 먼저 양산하고, 적절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업체나 나라가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칼자루를 쥘 수 있다. LFP 배터리는 충전 인프라가 충분해지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조금이라도 오래갈 수 있다'는 삼원계 배터리의 메리트가 사라지게 돼 기술을 꼭 확보해 두고 있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국내 배터리업계와 우리 정부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정리한다면.
"우선 배터리업계는 리튬이온 배터리 베이스의 현재 시장에서는 중국에 어느 정도 주도권을 뺏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기술 개발 외에도 원소재 확보 등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느꼈을 테니 이런 부분들을 확실히 준비해야 한다.
또 중국 자동차·배터리 업체를 방문해 보면 판매 원가가 한국의 생산 원가를 밑도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보이지 않는 중국 정부의 각종 보조금이나 세제 감면 혜택들이 적용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배터리가 미래의 블루오션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산업 보호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인프라 구축에 도움이 될 만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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