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치료제가 높은 관심을 끌면서 사용 확대와 함께 오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보건당국이 관리 강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관리 사각지대였던 비만약, 규제 틀 안으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관련 고시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문은희 식약처 의약품관리과 과장은 지난 14일 "해당 지정에 대해 중앙약심 위원 전원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행정예고와 규제 심사를 거치면 이르면 2~3개월 내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비만치료제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기존에는 발기부전치료제나 조루치료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제제 등이 주로 관리 대상이었다. 이뇨제 푸로세미드 역시 다이어트 목적으로의 불법 사용 문제로 지정된 바 있다.
과거 시부트라민과 오르리스타트 등 비만치료제도 지정 필요성은 거론된 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 적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2007년 관련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비만치료제가 해당 범주에 포함되는 사례가 된다.
◆'성분 아닌 용도' 기준…비만 치료 시만 적용
이번 정책의 핵심은 '성분'이 아니라 '사용 목적'에 따라 관리한다는 점이다. GLP-1 계열 약물은 당뇨와 비만 치료에 모두 쓰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비만 치료 목적으로 처방될 때에만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분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세마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 성분 중 비만 적응증을 가진 위고비, 삭센다, 마운자로 등이 대상이 된다. 반면 당뇨 치료에만 허가된 오젬픽 등은 제외된다.

특히 마운자로처럼 두 적응증을 동시에 가진 약물의 경우에도 비만 치료 목적으로 처방되면 제품 포장에 '오남용 우려 의약품' 문구를 표기해야 한다.
또한 향후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반드시 의사 처방전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해진다. 다만 정부는 이번 조치가 처방 자체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에게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무분별 사용 시 영양 결핍·대사 저하 등 건강 리스크…전문가 "만능 치료제 아냐" 경고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GLP-1 치료제의 급격한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약물은 원래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를 통해 제2형 당뇨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당 치료제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만능 해법'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의학적으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당뇨·고혈압·이상지질혈증·수면무호흡증 등 관련 질환을 동반한 경우에 한해 처방이 고려된다. 단순한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을 위한 사용은 제한되는 것이 원칙이다.
정상 체중 환자가 해당 약물을 사용할 경우 영양 결핍과 대사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한 전문가는 "식욕 억제 작용으로 인해 충분한 영양 섭취가 이뤄지지 않으면 필수 영양소 부족은 물론 기초대사량 감소로 이어져 생리 불순, 골밀도 저하, 탈모, 면역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강화시 불법 유통 '풍선 효과' 우려도
다만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될 경우 오히려 불법 유통이 확대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일부 환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거래나 비공식 유통 경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법 거래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정이 현실화될 경우 이러한 흐름이 더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시에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낙인이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해 적절한 치료 접근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처럼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여부는 국내 비만 치료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부상중이다. 규제가 도입되면 처방과 유통 관리가 한층 강화되는 반면, 환자 접근성과 시장 구조에 미치는 부작용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업계는 규제 실효성과 치료 환경 개선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이 마련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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