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앞둔 대한항공 '안전 체계' 확장…운영 통제 강화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3490)이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마주한 과제는 명확하다. 늘어나는 기재와 엔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다. 규모 확대 자체보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갖추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대한항공이 공개한 엔진 테스트 셀(Engine Test Cell, ETC)과 운항훈련센터는 이러한 과제에 대한 대응 방식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비와 훈련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확장하며, 통합 이후 예상되는 운용 복잡성을 내부 시스템으로 흡수하겠다는 접근이다.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위치한 제2 ETC는 항공기 엔진 정비 이후 출고 전 검증을 담당하는 마지막 단계다. 부천 공장에서 정비를 마친 엔진은 이곳에서 출고 전 최종 성능 시험을 거친 뒤 실제 운항에 투입된다. 


2016년부터 대한항공과 자회사 아이에이티(IAT)가 운영 중인 제1 ETC는 가로 14m, 세로 14m 규모로 최대 15만파운드급 초대형 엔진 테스트가 가능하다. 그동안 국내에서 수행하기 어려웠던 대형 엔진 시험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만든 기반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준공된 제2 ETC는 가로 10m, 세로 10m 규모로 최대 6만2000파운드급 엔진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두 시설의 역할은 명확하게 나뉜다. 제1 ETC가 대형 엔진 중심이라면, 제2 ETC는 차세대 고효율 엔진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프랫앤휘트니(PW)의 PW1100G 엔진 등 최신 기종에 대한 시험을 담당한다.

이 구조는 단순한 설비 확장이 아니다. 통합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재가 결합되면 엔진 종류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정비 수요 역시 동시에 증가한다. 이를 외부에 의존할 경우 비용뿐 아니라 일정과 품질 통제 측면에서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테스트 셀을 확장한 결정은 물량 대응과 동시에 다양한 엔진을 동일 기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제력 확보에 가깝다.

정비 역량 확대는 중장기 투자 계획에서도 이어진다. ETC 바로 옆에서는 대규모 엔진 정비 공장 증설이 진행 중이다. 총 5780억원이 투입되는 이 시설은 연면적 14만㎡ 규모로, 아시아 최대 수준의 정비 단지로, 2027년 가동이 목표다. 

완공 이후에는 엔진 정비부터 최종 시험까지를 한 곳에서 수행하는 구조가 갖춰진다. 외부 정비 의존도를 줄이고 내부에서 전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다.


정비 처리 능력 확대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대한항공의 자체 엔진 정비 가능 대수는 현재 연간 134대(2026년 기준)에서 2030년에는 500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정비 가능한 엔진 모델 확대 계획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까지 정비 가능한 엔진 모델은 현재 6종에서 12종으로 확대된다.

현재 대한항공이 자체 정비할 수 있는 엔진은 PW의 △PW1100G(A321neo) △PW4062(B747-400) △PW4168/4170(A330) △PW4090(B777-200/300), CFM인터내셔널(CFMI)의 CFM56-7B(B737), 제너럴일렉트릭(GE)의 GE90-115B(B777-300ER/F) 엔진이다.


내년부터는 정비 범위가 넓어진다. GE의 GEnx-2B(B747-8F/I)와 GEnx-1B(B787-9/10), CFMI의 LEAP-1B(B737 MAX) 엔진에 대한 정비 역량이 추가로 확보될 예정이다. 최근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차세대 항공기 엔진까지 대응 범위를 넓히는 과정이다. 여기에 더해 에어버스 A350에 탑재되는 롤스로이스의 트렌트(Trent) XWB-84(A350-900)와 XWB-97(A350-1000), CFMI의 LEAP-1A 엔진 등에 대한 정비 타당성 검토도 진행되고 있다. 

엔진 포트폴리오 확장은 단순한 기술 범위 확대를 넘어선다. 통합 이후 기종 다양성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요 엔진을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어디까지 확보하느냐가 곧 운영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비와 함께 또 하나의 축은 운항훈련이다. 운항훈련센터는 교육 시설이 아니라, 통합 이후 운항 변수를 줄이는 장치에 가깝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재 구성뿐 아니라 운항 절차와 방식에서도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를 그대로 둔 채 통합이 이뤄질 경우, 실제 운항 현장에서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에는 기종별 조종사 모의비행장치(Full Flight Simulator, FFS) 12대가 배치돼 있다. 조종실 환경을 그대로 구현한 장비로, 엔진 이상이나 시스템 고장 등 비정상 상황을 반복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 단순한 조종 기술 습득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에 대한 대응 방식을 표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훈련 강도 역시 높은 수준이다. 운항승무원들은 연간 두 차례 정기 비행훈련과 한 차례 SPOT 훈련을 의무적으로 수행한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훈련 체계를 통해 지난해에만 연인원 5000명 이상의 조종사가 이곳을 거쳤다.

최근에는 통합을 전제로 한 훈련 체계 정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기본훈련 프로그램이 도입됐고, 온라인 교육 시스템 통합과 훈련 프로그램 표준화 작업도 진행됐다. 서로 다른 운항 기준을 하나로 맞추는 과정이 실제로 시작된 셈이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경기도 부천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해  미래항공교통(UAM)·항공 안전(Aviation Safety) 연구개발(R&D) 센터'를 건설한다. 오는 2027년 착공해 2030년 5월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 시설에는 대규모 운항훈련센터가 포함되며, FFS는 최대 30대 규모로 확대된다. 연간 2만명 이상의 조종사 교육이 가능한 수준이다. 단순한 교육 인프라 확장을 넘어, 자체적인 훈련·인증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결국 대한항공이 확장하고 있는 것은 시설의 규모가 아니라 운영 구조다. 통합 이후 늘어날 기재와 인력을 외형적으로만 묶는 것이 아니라, 정비와 훈련이라는 핵심 영역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접근이다.

항공 산업에서 안전은 결과가 아니라, 정비와 훈련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엔진 하나, 절차 하나, 훈련 한 번이 누적되며 운영 수준을 결정한다.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둔 대한항공이 선택한 방식은 그 과정을 내부 시스템으로 끌어들이는 쪽에 가깝다. 경쟁의 기준이 규모에서 운영 안정성으로 이동하면서, 안전 인프라는 전략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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