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골프칼럼] 연단체 아침 망친 '골프장 객단가'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각 팀별 1인 6만원 객단가를 맞추셔야 합니다."

새벽 7시 티오프에 3팀 연팀으로 서울 근교 명문 골프장을 추구하는 S골프장에서 올해 첫 연단체 라운드를 하려 했던 필자가 골프장에 방문해 들은 첫 마디였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아침 날씨가 춥고 일정이 쉽지 않아 가까운 지인들과 일부 게스트까지 어렵게 모았고, 오랜만에 함께하는 자리인 만큼 모두의 기대도 컸다. 그저 좋은 하루, 좋은 라운드를 보내고 싶었던 평범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 무너졌다. 

바로 프런트 직원의 첫마디에서다. "어서 오세요."가 아닌 바로 저 말이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게스트는 정확히 들은 적 없는 조건이라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럼에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라운드를 시작한 이후에도 식음료와 프로숍 이용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소비를 유도하는 분위기다. 플레이에 집중해야 할 시간은 어느새 '얼마를 더 써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돼 버렸다.

골프는 흐름이다. 한 번 끊기면 다시 되찾기 어렵다. 그날의 라운드는 코스가 아니라 심리적인 압박과 싸우는 시간에 가까웠다.

라운드가 끝난 뒤 상황은 더 불편해졌다. 객단가를 맞추기 전까지는 정산이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총무가 나와야 정리가 가능하다는 안내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다음 달부터 연단체 예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분위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결국 일부 참가자들은 원치 않는 선택을 하게 됐다. 프로숍에서 필요하지 않은 용품을 구매하고, 커피와 주류, 그늘집 이용을 억지로 추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쯤 되면 자발적인 소비가 아니라 사실상의 '강제 소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날 라운드 이후 한 참가자가 남긴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골프장이다.”

골프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큰 항의가 아니다.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고객, 그리고 다시는 찾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객단가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골프장 역시 운영을 해야 하고, 식음과 프로숍 매출은 중요한 수익 구조다. 해외 골프장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관리하지만 중요한 차이는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사전에 기준을 명확히 안내하고, 고객이 이를 이해한 상태에서 선택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패키지로 구성하거나 연간 이용 실적을 기준으로 관리하고, 현장에서의 압박은 거의 없다.

반면 일부 국내 골프장은 사전 안내 없이 현장에서 객단가를 요구한다. 플레이 중 소비를 압박하며, 정산 과정에서까지 부담을 준다. 이는 '운영'이 아니라 '강요'다.

연단체는 골프장에 있어 단순한 고객이 아니다. 지속적인 방문과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어주는 파트너다. 때문에 더욱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리가 필요하다.

해법은 어렵지 않다. 객단가 기준은 계약 단계에서 미리 공유돼야 한다. 또 월별 또는 분기별 평균으로 유연하게 관리해야 하고, 부족이 예상될 경우 회장이나 총무에게 사전에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연간 기준 미달 시 재계약 여부로 판단하면 충분하다.

이러한 구조라면 고객은 편안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고, 골프장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관계'가 유지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골프는 돈을 쓰기 위해 찾는 공간이 아니다. 시간을 보내고, 사람을 만나고, 하루를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이다. 그 기본을 잊는 순간, 어떤 좋은 코스도 의미를 잃는다.

연단체를 유지하는 힘은 숫자가 아니다. 그날 아침의 경험이, 그 골프장을 다시 찾게 만들지 결정한다. 객단가는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고객을 옥죄는 순간, 골프장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잃는다. 신뢰는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존중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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