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세대교체 ③] 성장도 재건도 대표 몫…이정헌·김창한·박병무·김병규 전면

마이데일리

[편집자 주] 국내 IT(정보 기술)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창업자가 직접 회사를 이끌던 시대에서, 전문경영인이 전면에 나서 실행을 책임지는 구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과 글로벌 경쟁 격화가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IT 세대교체’ 시리즈를 통해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과 넥슨·엔씨 등 게임사를 중심으로 권력 구조 변화의 실체를 짚어본다. 창업자는 왜 뒤로 물러났고, 최고경영자(CEO)는 어떻게 전면에 섰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왼쪽부터) 이정헌 넥슨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박병무 엔씨 대표, 김병규 넷마블 대표. /사진 각사. 이미지 박성규 기자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게임사 경영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개발자와 창업자 중심이던 리더십 구조에 사업·전략·재무형 대표들이 전면에 서면서 각 사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도 달라졌다. 넥슨·크래프톤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엔씨와 넷마블은 체질 개선을 통해 반등을 꽤하고 있다. 같은 시장에서도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대표의 판단과 실행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 경영의 공통 키워드는 글로벌 확장, 신작 성과, AI 도입으로 수렴된다. 다만 각 대표에게 주어진 역할은 확연히 다르다. 넥슨과 크래프톤이 ‘성장판 확대’에 주력한다면 엔씨와 넷마블은 ‘수익 구조’와 ‘조직 재정비’가 최우선 과제다. 주주총회와 실적 발표에서도 대표들이 직접 성과와 계획을 설명하는 흐름이 자리 잡으며 ‘책임 경영’이 전면에 부각됐다.

◇ 넥슨·크래프톤, 성장 유지와 다음 단계

이정헌 넥슨 대표는 내부에서 성장한 ‘정통 넥슨맨’이다. 2003년 입사 이후 게임 기획과 사업을 거쳐 넥슨코리아 대표를 맡았고, 현재는 일본법인을 포함한 넥슨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 대표는 IP 중심 성장 모델의 고도화를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FC’ 등 주요 프랜차이즈를 장기 서비스 기반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신규 대형 IP를 확보해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핵심은 기존 IP의 확장 방식이다. 단순한 유지가 아니라 플랫폼 형태로 진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는 UGC(이용자 제작 콘텐츠)와 모바일·캐주얼 요소를 결합해 프랜차이즈 전반으로 확장됐고, 글로벌 매출 비중도 빠르게 커지는 흐름이다.

최근에는 방향도 더 명확해졌다. 단기 매출 확대보다 장기 이용자 기반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게임 구조 자체를 손보는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라이브 서비스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를 반영해 보상 체계와 게임 메커니즘 전반을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운영 전략을 전환했다.

이정헌 체제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IP 운영’이다. 기존 성공 공식을 시스템화해 다른 IP로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에 맞춘 현지화 전략까지 결합해 장기 성장 구조를 구축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개발자 출신 CEO다. ‘배틀그라운드’ 개발과 글로벌 흥행을 이끈 뒤 경영 전면에 나섰고, 현재는 세 번째 임기를 맞아 중장기 전략 실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대형 프랜차이즈 IP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규 IP 개발과 글로벌 스튜디오 투자를 병행하며, 다수 프로젝트를 동시에 가동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핵심 과제는 ‘탈 배틀그라운드’다. 기존 IP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도·동남아 등 신흥 시장 공략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IP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빅 프랜차이즈 전략’을 강조한다. 다수의 소형 게임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대형 IP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와 장기 프로젝트 중심 개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AI 역시 주요 축이다. 게임 제작 공정과 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해 효율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플랫폼형 생태계로 확장하는 방향이다.

김창한 체제의 과제는 분명하다. ‘배틀그라운드 이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IP의 안정적 수익을 유지하면서, 신규 프랜차이즈를 통해 성장 축을 다변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넥슨 크래프톤 사옥. /각사

◇ 엔씨·넷마블, 회복과 재편의 시험대

박병무 엔씨 대표는 네 인물 가운데 가장 이질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법조와 투자, 통신을 거친 외부 영입형 인사로, 내부 개발 중심 문화와는 다른 시각에서 조직을 바라보는 리더다.

박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순한 성장 전략이 아니다. ‘리니지’ 중심의 수익 구조를 재편하고, 변동성이 큰 사업 체질을 안정적인 모델로 바꾸는 작업이다. 취임 이후 지난 2년간 프로젝트 정리와 조직 슬림화, 비용 효율화가 이어졌고, 엔씨 내부에서도 이를 ‘구조 정상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들어 경영의 초점은 정비에서 성장으로 옮겨갔다. 기존 핵심 IP의 수익 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신규 라인업을 확대해 실적 의존도를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자체 개발과 퍼블리싱을 병행하며 다수 신작을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변화는 장르에서 더 뚜렷하다. MMORPG 중심에서 벗어나 슈팅·서브컬처·캐주얼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캐주얼 영역은 별도 조직과 해외 스튜디오 기반으로 키우며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

개발 방식 역시 달라졌다. 직관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단계별 검증과 데이터 기반 평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동시에 AI 활용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비용 통제 기조를 유지하는 등 수익 구조 안정화도 병행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성과다. 구조 개편을 통해 만든 기반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신규 IP와 장르 확장, 글로벌 성과가 맞물리며 ‘예측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향후 평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김병규 넷마블 대표는 법무·재무 기반의 전략형 CEO다. 삼성물산과 사모펀드 업계를 거치며 투자와 구조 관리 경험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넷마블의 재무 체질 개선을 주도해왔다.

경영 기조는 단순하다. 효율과 선택이다. 취임 이후 비용 구조를 전면적으로 손보고, 자산 매각과 투자 조정을 통해 재무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차입 규모와 부채비율이 안정되고 현금흐름도 개선되는 등 체질 변화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전략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방어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신작 중심의 성장 구간으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출시 일정을 조정해 공백을 줄이고, 외부 IP와 자체 IP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라인업을 재구성했다. 동시에 모바일에 머물던 사업을 콘솔과 PC까지 넓히며 글로벌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AI 역시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개발과 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해 제작 효율을 높이고 콘텐츠 업데이트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향이다. 기술을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김병규 체제의 과제는 다음 단계다. 비용 절감으로 만든 개선 흐름을 성장으로 이어가야 한다. 신작 성과와 글로벌 확장이 맞물려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가 향후 평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엔씨 넷마블 사옥. /각사

◇ 전략은 같고, 실행이 갈랐다

네 회사의 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시장 확대, 신작 IP 확보, AI 도입이다. 국내 시장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해외 매출 확대는 필수가 됐고, 신작 성과가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도 더 강화됐다. AI는 개발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 산업 구조도 변하고 있다. 단일 흥행작 중심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다수 프로젝트를 동시에 운영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복합 경영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의 직관보다 대표의 실행력과 조직 운영 능력이 더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 게임사는 아이디어보다 실행 속도가 더 중요한 산업이 됐다”며 “성장도 재건도 결국 대표가 만들어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IT 세대교체 ③] 성장도 재건도 대표 몫…이정헌·김창한·박병무·김병규 전면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