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60km.
안우진(27, 키움 히어로즈)이 미친 재능을 갖고 있는 건 확실하다. 12일 955일만에 복귀한 1군 마운드에서 곧바로 포심 159.6km를 찍었다. 트랙맨 기준 올 시즌 최고 구속이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 1회초 선두타자 황성빈에게 볼카운트 1B2S서 구사한 4구 포심패스트볼이었다.

사실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벗어난, ABS 기준 우측 높은 코스의 볼이었다. 그러나 황성빈은 반사적으로 파울 커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빠른 공이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판단하는 시간이 그만큼 짧았다.
안우진의 스피드는 그 자체로 미친 재능이자 노력의 산물이다. 그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늘 받고 있는 핵심 원동력이기도 하다. 복귀전서 1이닝만 던진다고 생각하고 세게 던지긴 했지만, 포심 평균 157km, 최저 154km였다.
안우진이 자리를 비웠던 지난 2년9개월, KBO리그 최고투수 레이스는 ‘팥 없는 찐빵’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문동주(23, 한화 이글스)가 급성장했다. 스피드만 치면 안우진보다 조금 더 나온다. 이미 2023년 4월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서 160.1km를 찍었다. 물론 이것은 PTS 기준이다. KBO가 현재 표준으로 삼는 트랙맨을 기준으로 하면 그보다 조금 덜 나왔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스피드로 치면 안우진과 문동주가 탑2인데, 그렇다고 문동주가 지난 2~3년간 안우진의 완성도를 넘어섰다는 시선은 거의 없다. 문동주가 지난해 포크볼 제구력이 급격히 좋아지며 선발투수로서의 완성도가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안우진은 이미 약 두~세시즌간 기록상 최고임을 입증했다.
안우진이 고무적인 건 이 대목이다. 복귀전 직후 세게 던지면 160km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안정적으로 7~8이닝을 던지는 게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 빌드업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ABS와 피치클락에 더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1이닝을 딱 던졌으니,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했다.
7~8이닝을 계속 160km만 던지는 투수는 메이저리그에도 없다. 완급조절과 제구력, 커맨드, 변화구 구사력이 그래서 중요하다. 안우진은 전부 KBO 탑을 인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 생활에 돌입했다. 건강 유지와 함께 이 평가를 다시 받는 게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다. 메이저리그 포스팅도 이걸 다시 인정을 받아야 할 수 있다.
특히 안우진이 한창 좋을 땐 슬라이더가 150km대 후반 강속구보다 더 무섭다는 평가가 많았다.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었다 빼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변화구들의 커맨드는 그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측면에서 안우진에게 단순히 포심 160km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잘 알 수 있다. 한국야구, 특히 완성형 선발투수를 키워야 하는 시대적 과제에도 부합한다. 어쨌든 안우진은 다시 출발선에 섰고, 국내 최고투수 레이스도 다시 탄력을 받는다. 마침 구창모(29, NC 다이노스)도 잘 달려가고 있고, 원태인(26, 삼성 라이온즈)도 복귀했다. 문동주도 계속 전진하고 있다. 곽빈도 있다. 안우진의 복귀로 뭔가 꽉 찬 느낌이다.

이들의 최고투수 레이스는 KBO리그 순위다툼 이상으로 흥미롭다. 단, 당연히 스피드보다 투수로서의 종합적 완성도가 중요해도, 사실 스피드 비교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 위에 언급한 파이어볼러들이 안 다치는 선에서 치열한 스피드 레이스도 펼쳐주면 좋겠다. 그것이 프로의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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