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중동發 물가·환율 vs 경기 충돌…금통위 ‘막힌 선택지’ 결국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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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 모습/한국은행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물가를 잡자니 경기가 꺼지고, 경기를 살리자니 물가와 환율이 불안하다. 여기에 미국과의 금리 보폭까지 고려해야 하는 제약이 더해지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지는 사실상 좁혀졌다. 기준금리 동결은 상충하는 변수들 속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금통위원 7명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금통위는 1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약 10개월째 같은 수준에 머물게 됐다.

◇ 물가·환율·금리차 ‘인하 제약’…대외 변수에 발 묶인 통화정책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불안해졌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로 한 달 새 0.2%포인트(p)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도 한때 1520원대를 넘어서며 높은 변동성을 이어갔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 금리를 낮출 경우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며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고, 한·미 금리 격차 확대를 통해 환율 불안까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기준금리차 추이/그래픽=최주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미 금리차는 지난해 12월 이후 1.25%p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금융 불균형 요인도 부담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자산시장 과열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역시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경기 둔화·추경 부담에 인상도 어려워…정책 ‘교착 상태’

반대로 금리 인상 역시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전쟁 여파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추가 긴축은 실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성장 하방 압력을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30조원 안팎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선 점도 금리 인상의 제약 요인이다. 통화 긴축이 재정정책 효과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물가·환율과 경기 사이에서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와 환율이, 올리자니 경기가 발목을 잡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존 완화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며, 물가 흐름에 따라 연내 긴축 전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은 중동 정세와 이에 따른 물가·환율 흐름에 좌우될 전망이다. 새로 출범할 한은 체제 역시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따라 정책 경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결정 이후 한국은행은 “국내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 및 추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금년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성장 경로는 중동 사태 전개 상황과 통상 환경 변화, 반도체 경기 및 내수 회복 흐름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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