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매각’ 반발 커지는 청호나이스…노조 상반기 총파업 예고

마이데일리
청호나이스 본사 전경. /청호나이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을 대상으로 한 매각설이 불거진 청호나이스가 노사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사측이 매각 진행 상황에 대해 함구하며 밀실 매각 논란이 확산되자 노동조합은 하반기 예정됐던 임단협을 상반기로 앞당기고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청호나이스 노조는 최근 회사 측에 매각 진행 상황 공유와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두 차례 발송했으나, 사측으로부터 “현재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관계자는 “매각 관련 사실을 지난달 26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다”며 “이후 사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하고 공문을 보냈으나 답은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조 측은 사측 노무팀에게 연락을 취해도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회신만 받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노조는 매각 절차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실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절차의 8부 능선으로 불리는 실사 단계는 매수자가 대상 기업의 재무 상태와 법률적 리스크를 최종 점검하는 과정이다. 업계에서는 실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은 사실상 양측의 매각 의사가 확정적이며 가격 조율 등 막바지 협상만 남은 상태로 보고 있다.

노조가 가장 경계하는 대목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둔 최종 조건 협상 과정이다.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매각 가격을 최종 조율하는 이 단계에서 몸값을 낮추려는 인수 측과 높이려는 매도 측 사이에서 인력 운용 효율화 등과 같은 민감한 세부 조건을 다루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 방안이 매각의 조건으로 포함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반발 심리도 크다. 사모펀드가 통상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목표로 M&A에 나서는 만큼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이나 핵심 자산 매각, 과도한 배당 등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례로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인수 금융 상환을 위해 안산점, 해운대점 등 알짜 점포 20곳을 매각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 점포는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운영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점포 폐점이 이어졌고, 사측은 고용 안정을 전제로 한 사업 재편 방침을 밝혔으나 고용 불안 문제가 뒤따랐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청호나이스 본사에서 열린 ‘청호나이스 밀실매각 반대’ 기자회견에서 노조 관계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가전통신노조

특히 노동자들 사이에서 매각 이후의 고용 형태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노조는 당초 하반기로 계획했던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상반기로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협상 주체가 바뀌기 전, 단체협약에 고용 안정과 관련된 명확한 조항을 삽입해 선제적인 법적 안정장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노조는 지난 1일 진행한 기자회견 때 밝힌 기조를 이어가며, 조만간 상임집행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 세부적인 투쟁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총파업을 포함한 고강도 집단행동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우선 대화의 장을 마련해 정직원뿐 아니라 특수고용직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노동자를 배제한 채 진행되는 매각은 수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 청호나이스는 칼라일그룹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경영권 매각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추진의 배경으로는 지난해 6월 별세한 고(故) 정휘동 전 회장의 유족들이 부담해야 할 약 3000억원 규모의 상속세 재원 마련이 유력하게 꼽힌다.

청호나이스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정휘동 전 회장(75.1%)과 동생 정휘철 부회장(8.13%) 등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2대 주주인 마이크로필터(12.99%) 역시 정 전 회장(80%)과 배우자 이경은 회장(20%)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의 개인회사다. 만일 매각이 성사될 경우 대규모 자금이 오너 일가로 유입돼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다.

청호나이스의 매각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웅진그룹 등이 잠재적 원매자로 거론되며 매각설이 불거졌고, 2022년에는 미국 정수기 렌털 기업 컬리건과 구체적인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결렬된 바 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밀실 매각’ 반발 커지는 청호나이스…노조 상반기 총파업 예고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