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한국 경제가 지난 2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자본 흐름은 정반대로 움직이며 구조적 불균형이 부각되고 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2월 경상수지는 231억9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상품수지에서만 233억6000만달러 흑자가 발생하며 전체 경상흑자를 사실상 견인했다. 상품수지는 수출에서 수입을 뺀 이른바 ‘무역 성적표’로 통한다.
국제수지는 크게 상품·서비스 거래를 나타내는 경상수지(상품·서비스·본원소득·이전소득수지)와 자금 이동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으로 구성된다. 경상수지는 무역과 소득 흐름을, 금융계정은 투자와 자금의 유입·유출을 반영한다.
◇ “반도체가 다 했다”…흑자 대부분 상품수지에서 발생
수출은 70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9.9% 증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반면 수입은 470억달러로 4.0% 증가에 그치며 무역수지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다만 수출 증가세는 일부 품목에 편중된 모습이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를 제외하면 화공품, 기계류·정밀기기, 승용차 등은 감소 전환했다. 지역별로도 미국과 동남아 수출 증가세는 둔화된 반면,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운송‧여행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수지는 18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 적자가 이어지며 구조적 적자 흐름이 지속됐다. 이전소득수지도 7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본원소득수지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에서 벌어들인 배당‧이자 수익 등을 포함하며, 지난 2월에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24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해외투자 수익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경상흑자의 질적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외국인 자금 119억달러 순유출…'4월 배당' 유출 압력 확대
금융계정에서는 자본 흐름의 방향성이 엇갈렸다. 금융계정은 자본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2월 금융계정은 228억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지만,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확대된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감소했다.
해외로 나간 자금은 '자산 증가'로, 외국인 투자 감소는 '부채 축소'로 반영되면서 금융계정상 순자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시장에서는 자금 이탈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내국인 해외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86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 국내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119억4000만달러 감소하며 순유출 흐름을 나타냈다.
국내 자금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인 자금은 국내 시장을 떠나는 ‘이중 유출 구조’가 나타난 셈이다. 환율, 금리,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 등과 맞물린 흐름으로,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겉으로 보면 국제수지는 대규모 흑자였지만 특정 분야에 치우친 편중 구조가 뚜렷해졌다. 상품수지 의존도가 높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유출까지 겹치면서 ‘흑자의 질’을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4월 배당 시즌을 맞아 자본 유출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달 배당금 수령 규모는 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상당액이 달러로 환전돼 약 80억달러(11조8376억원 상당) 수준의 외환 수요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겉으로는 흑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용은 불안한 ‘취약한 흑자 구조’에 가깝다”며 “상품수지 편중과 자본 유출이 동시에 나타나는 점은 경계해야 할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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