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르노 그룹 회장 "르노코리아, D·E세그먼트 글로벌 허브"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한국은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닙니다. 르노 그룹 안에서 상위 세그먼트 차량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핵심 거점입니다. 앞으로 르노코리아가 D·E세그먼트 차량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르노 그룹이 글로벌 전략 전환의 시점에서 한국 시장의 역할을 다시 강조했다. 새 중장기 전략 '퓨처레디(futuREady)' 발표 이후 한국을 상위 세그먼트 차량 개발·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재정의하겠다는 메시지다.

프랑수아 프로보(François Provost) 르노 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을 르노코리아의 전략 거점으로 규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행사는 르노 그룹이 새로운 중장기 전략 퓨처레디를 발표한 이후 프로보 회장이 처음 한국을 방문해 진행한 미디어 행사다. 르노 그룹의 향후 글로벌 전략 속에서 한국과 르노코리아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직접 설명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국은 언제 와도 반가운 곳입니다."

프로보 회장에게 한국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시장이다. 그는 과거 르노삼성자동차 CEO로 재직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 방문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과거 살던 서래마을 집 사진을 찍어오라는 부탁을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는 르노코리아의 최근 제품에서도 확인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랑 콜레오스를 포함한 최근 신차들에 대해 그는 "10년 전 SM6와 QM6를 출시했을 때와 비교하면 여러 측면에서 훨씬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디자인과 감성, 전동화 기술까지 전반적인 상품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전동화 트렌드 강한 한국

한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 역시 르노 그룹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프로보 회장은 최근 한국 시장이 기술 요구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D·E세그먼트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전동화 전환 속도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전동화는 르노 그룹이 글로벌 차원에서 가진 강력한 자산입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또 한국을 지능형 차량(Intelligent Car) 기술의 중요한 시험무대로 평가했다.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 역시 기술적으로 선도적인 시장이며 서구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역량이 강하다는 것이다.

◆르놀루션 넘어 '퓨처레디', 글로벌 전략 변화

이런 변화는 르노 그룹의 전략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프로보 회장은 기존 전략인 르놀루션(Renaulution)을 유럽 시장 회복에 초점을 둔 전략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이 전략을 통해 르노와 다치아 브랜드는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했고, 다치아 산데로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반면 새롭게 발표된 퓨처레디 전략은 유럽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글로벌 확장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르노그룹 성장의 약 50%는 인도에서, 20%는 남미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런 전략 시장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앞으로는 유럽 외 지역에서 성장을 추구할 것입니다. 다만 과거처럼 전 세계에 무분별하게 진출하기보다 성장 잠재력과 산업 생태계가 이미 형성된 핵심 시장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개발 속도다. 퓨처레디 전략에서는 차량 개발 기간을 2년 수준으로 단축하는 목표도 제시됐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개발 속도가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프로보 회장은 이를 "르노 그룹 엔지니어링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도전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 'D·E 세그먼트 생산 거점'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르노코리아의 역할이었다. 프로보 회장은 르노코리아를 르노 그룹 내 상위 세그먼트 차량 생산 거점으로 규정했다.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 같은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기지는 르노 그룹 내에서도 르노코리아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르노, 지리, 과거에는 닛산까지 다양한 기술과 자산을 활용해 이를 한국 시장에 맞게 최적화하는 능력이 르노코리아의 핵심 자산입니다."

글로벌 기술을 결합해 특정 시장에 맞는 제품으로 완성하는 역량이 바로 르노코리아의 경쟁력이라는 평가다. 이런 기술 통합 능력 덕분에 상위 세그먼트 차량 개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는 설명이다.

"퓨처레디 전략 하에서 르노 브랜드의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북미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만약 진출이 이뤄질 경우 일반 브랜드가 아닌 알핀과 같은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전동화 전략…2030년 'EV·하이브리드 50대50'

전동화 전략 역시 명확하게 제시됐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르노 그룹은 전기차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향후 출시될 22개 신차 가운데 16종이 순수 전기차로 계획돼 있다. 르노 브랜드 기준으로는 2030년까지 판매 차량의 절반을 전기차, 나머지 절반을 하이브리드로 구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전략은 전기차 전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파워트레인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완전한 전기차 전환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하이브리드 역시 중요한 기술 축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확산의 과제로는 가격,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등이 지목됐다.

◆EV 가격 경쟁 심화…"제품력으로 대응"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나타나는 전기차 가격 경쟁에 대해서는 비교적 냉정한 시각을 보였다. 프로보 회장은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배경으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장 요구,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압박, 규제 대응을 위한 일부 업체들의 전략 등을 들었다.

특히 중국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가격 전략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우리는 가격 경쟁보다 제품력과 합리적인 가격 전략에 집중할 것입니다."

그러나 르노 그룹은 이런 가격 경쟁에 직접 뛰어들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무리한 가격 인하 경쟁보다는 브랜드 가치와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리와 협력…파워트레인 생태계 확장

르노 그룹의 전동화 전략에서 또 하나의 축은 파워트레인 협력이다. 지리자동차와의 협력은 이런 전략의 핵심 사례로 꼽힌다. 두 그룹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 다양한 기술 자원을 공유하며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분야에서 협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전동화가 글로벌 트렌드인 것은 분명하지만 하이브리드는 여전히 중요한 기술 축입니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결합한 파워트레인 기술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사우디 아람코가 참여하는 Horse 파워트레인 프로젝트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도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파워트레인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산공장은 전동화 시대 전략 거점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의 역할 역시 확대될 전망이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은 부산 공장이 이미 전기차 모델인 폴스타를 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함께 전동화 차량 개발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엔지니어링 테스트 기능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연구개발과 생산 기능을 보다 긴밀하게 연결해 전동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프로보 회장은 부산 공장의 과제로 비용 경쟁력과 생산 유연성을 지목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공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생산 효율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생산 거점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차는 여전히 꿈" 르노가 말한 자동차 가치

인터뷰 말미에서 그는 자동차 산업의 본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SDV) 시대로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자동차가 가진 감성적 가치만큼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전동화와 SDV 시대가 도래했지만 자동차가 전달하는 감성과 브랜드 경험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라는 것이다.

"저에게 자동차는 여전히 꿈입니다. 르노는 스타일과 고객 경험,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차별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르노코리아는 한국적인 방식으로 이 가치를 시장에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인터뷰] 르노 그룹 회장 "르노코리아, D·E세그먼트 글로벌 허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