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권의 거센 디지털 전환(DX)과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점포 축소로 고령층의 금융 소외 현상이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스마트폰 기기 조작 미숙을 넘어, 모바일 전용 우대금리나 수수료 면제 등 복잡한 금융상품 혜택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구조적 소외'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의 오프라인 점포 폐쇄 속도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국내 은행 점포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5523개로 전년 말 대비 116개 감소했다. 이는 불과 9개월 만에 줄어든 점포수가 2023년(-84개)과 2024년(-108개)의 연간 폐쇄 규모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우리나라의 은행 점포 감소율은 14.1%로 미국(11.1%)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은행 점포 이용을 위한 이동거리 차이가 지역별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1㎢당 은행 점포수가 4개에 달하지만, 전국 평균은 1개 수준이다.
이같은 급격한 점포 축소는 비대면 채널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60대 이상 고령층을 강제로 '모바일' 환경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국내 금융기관 오프라인 점포 감소 문제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오프라인 서비스 이용을 선호하거나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고객들이 상당수 존재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이들의 디지털화 적응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프라인 점포가 사라지는 것은 경제적·사회적 손실이나 소외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분석 결과에 의하면 현재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은행 점포는 적게 분포돼 있다"며 "이동거리가 가장 먼 지역들은 고령층 비중이 높은 비수도권·비도시 지역에 주로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층 울리는 '디지털 페널티'
고령층이 준비되지 않은 채 모바일 환경으로 '등 떠밀린' 정황은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은행의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 '이용 경험'은 2021년 28.9%에서 2024년 53.8%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정작 모바일을 주력 금융 채널로 활용하는 비율은 18.7%에 그쳤다. 고령층 10명 중 8명(80.7%)은 여전히 오프라인 창구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소외가 곧 금전적 혜택의 양극화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모바일 앱(App)을 통해 상품에 가입할 때 많게는 1%p 안팎의 높은 예적금 우대금리를 얹어주거나 최고 100%에 달하는 환율 우대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에 서툰 고령층은 발품을 팔아 점포를 찾아가고도 더 낮은 금리와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디지털 페널티'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문제를 인식한 정부 역시 점포폐쇄 절차 강화 등을 담은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은행권의 점포 통폐합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아울러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를 막기 위해 지자체나 노인복지관 등에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부분 앱 설치나 단순 송금 등 단편적인 '기기 조작'을 가르치는 일회성 교육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순히 점포 폐쇄 속도를 늦추는 물리적 미봉책을 넘어, 장기적 관점의 디지털 금융 교육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프라인 채널 축소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고령층이 모바일 환경에 자생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비대면 전환과 비용 효율화를 고려하면 오프라인 점포 축소는 불가피한 현실"이라며 "창구에 오신 어르신들에게 모바일 앱 우대 혜택을 안내하고 직접 써보시게끔 유도하는 등 도움을 드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적인 차원의 디지털 금융 교육이 뒷받침돼야 고령층이 비대면 채널에 거부감 없이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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