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전 유진형 기자] "아직은 후배들이 버겁지 않다"
지난 겨울, LG 임찬규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한화 손아섭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KBO리그 역사상 그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통산 2,618안타라는 금자탑을 쌓은 사나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새로운 시즌을 앞둔 그의 눈빛은 갓 입단한 신인처럼 설렘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2026년의 봄은 그에게 유독 시리고 날카롭게 다가왔다.
지난 2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개막전 열기가 달아오르던 그라운드에 누구보다 먼저 나타난 선수는 손아섭이었다. 그는 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고 달리며 땀방울을 흘렸다. 역대 최다 안타 보유자라는 타이틀도, 베테랑이라는 자존심도 잠시 내려놓은 채 오직 팀의 승리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7회말 대타로 들어선 단 한 번의 기회. 결과는 2루수 땅볼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그에게 전달된 소식은 1군 엔트리 말소와 서산 2군행 통보였다.
투수 엔트리 확보라는 팀의 전략적 선택 앞에서는 리그 최고의 교타자도, 1억 원이라는 백의종군급 계약으로 팀에 잔류한 KBO 안타왕의 예우도 무색했다.
사실 손아섭의 이번 시즌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겨울 뒤늦은 FA 계약 탓에 2026 1, 2차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결국 2군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 8푼 5리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스스로도 "준비 과정부터 느낌이 너무 좋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터라, 단 한 경기 만의 2군행은 본인에게도 팬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손아섭이라는 선수가 2,618개의 안타를 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아웃을 당하고 시련을 견뎌냈는지를 말이다. 그는 실패에 좌절하기보다 그 실패를 안타로 바꾸는 법을 가장 잘 아는 타자다.

"잘하는 후배들이 많지만, 그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프로의 숙명이다" 그가 평소 입버릇처럼 하던 말처럼, 지금의 서산행은 퇴장이 아닌 더 큰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일지도 모른다.
서산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화려한 개막전의 함성 대신 정막한 2군 훈련장의 공기가 그를 맞이하겠지만, 손아섭의 야구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비록 시작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지만, KBO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만들어낸 그 정교한 스윙이 다시 대전의 뜨거운 여름을 달굴 것이다. 리그 최다 안타 기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야구 선수 손아섭의 올시즌 드라마는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겼을 뿐이다.
야구 팬들은 믿고 있다. 서산의 흙먼지를 털고 다시 1군 타석에 들어설 그가, 보란 듯이 2,619번째 안타를 신고하며 환하게 웃을 그날을 말이다.
손아섭의 2026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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