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창신동=김지영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이하 완구거리)가 화제가 되면서 시장에 방문하는 20대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마냥 기뻐하기 보다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완구거리가 마주한 구조적 위기를 단기적인 유행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다.
가장 큰 위기는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팬데믹 시기 비대면 수업이 시행되면서 완구거리는 한 차례 큰 타격을 입었다. 동시에 팬데믹의 영향으로 다이소와 온라인 유통 채널이 성장했다. 그 여파인지 완구거리 곳곳에서 임대를 써 붙인 빈 점포를 볼 수 있었다.
◇ 사라지는 문구점… 새 학기에도 발길 끊겨
“새 학기가 돼도 공책, 알림장 이런 거 아무도 안 사요. 온라인 영향도 있고, 준비물은 학교에서 주고요.”
완구거리에 위치한 문구도매점 삼영사의 이월용 대표(70)는 30일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새 학기가 됐는데도 거리가 조용했다”며 말랑이가 유행하기 전에는 폐업을 고민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로 학생들이 준비물을 무상 지원받게 되면서다.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는 학부모의 준비물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1년 전후로 시행됐다. 교육청이 학교에 지원금을 제공하면, 학교는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나라장터·학교장터에서 일괄 구매해, 학생들에게 무상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때 각 업체들이 나라장터·학교장터의 최저가 입찰에 참여하는데, 가격경쟁력이 없는 영세 문구소매점은 사실상 입찰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준비물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구용품도 온라인 구매가 많아지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의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문구·사무용품 거래액은 2019년 9,243억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업이 전면화되면서 △2020년에는 44.7% 증가한 1조3,378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성장 속도는 줄어들었지만 △2021년 1조5,742억원 △2022년 1조7,815억원 △2023년 1조9,397억원 △2024년 2조536억원 △2025년 2조1,536억원으로 온라인 거래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인근에서 40년 동안 문구점을 운영했다는 상인 A씨는 “해마다 말랑이는 나왔다. 작년에도 유행했지만 무인매장(문구점)으로 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 문방구들이 더 없어지면서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문구 소매점 점포 수는 2018년 1만여 곳에서 2022년에 8,000여 곳, 2025년에는 4,000곳 이하로 줄어들었다. 8년이 흐르는 동안 60% 이상 감소한 셈이다.
◇ “‘말랑이 구매’를 넘어, 즐길거리 만들어야”
문구 소매점이 감소하는 상황에, 이곳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도매 시장은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다. 현재는 말랑이의 덕을 보고 있지만, 지속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한 상인은 “날씨가 더워지면 말랑이가 부풀거나 터질 위험이 있어 무섭다”며 우려를 표했다. 앞서 또 다른 상인도 “작년에도 말랑이가 유행했지만, 겨울에는 말랑이가 굳어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제품의 특성이나 유행에 영향을 받지 않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완구거리가 종로청계관광특구에 포함돼있는 점을 고려할 때, 관광코스로서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노려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양대 관광학부 정란수 겸임교수는 “화제성 때문에 유입된 방문객은 유행의 주기가 끝나면 바로 유출될 수 있다”며 “단순히 뭔가를 사는 것이 아니라 경험할 거리로 관광객들을 계속 체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 돗토리현에 위치한 사카이미나토를 예로 들었다. 이곳은 ‘요괴 마을’로 불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요괴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이다. 요괴 조형물이 늘어선 거리부터 요괴를 모티브로 한 음식·교통수단·가로등으로 관광객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완구거리의 관광도 ‘말랑이 구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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