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넥슨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둔화와 전략 혼선을 인정하며 사업 구조 전면 재편에 나선다. 포트폴리오 축소와 비용 통제, 의사결정 속도 개선을 통해 ‘규모 성장’에서 ‘수익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31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자본시장브리핑(CMB)’에서 넥슨 경영진은 기존 성장 전략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구조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패트릭 쇠더룬드 넥슨 회장은 “넥슨은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회사는 아니지만, 현재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넥슨은 2025년 기준 매출 4750억엔, 영업이익 1240억엔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8년 연속 1000억엔 이상의 영업현금흐름도 유지했다. 그러나 비용 증가와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쇠더룬드 회장은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넓어졌고, 실질적 사업성 검증 없이 프로젝트가 진행됐다”며 “개발 비용 증가와 출시 지연이 마진 압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던전앤파이터’는 구조적 실적 둔화에 들어섰고, 일부 신작은 흥행 지속성이 부족했다. 비용 증가 속도가 매출 성장 속도를 앞지르며 이익률이 낮아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넥슨은 이에 따라 전사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고 투자 기준을 강화한다. 수익성과 전략 적합성을 충족하는 프로젝트만 선별하고, 일부 사업은 중단하거나 외부 투자 유치로 전환할 계획이다.
쇠더룬드 회장은 “앞으로 모든 프로젝트에 ‘플레이어의 삶 일부가 될 수 있는가’라는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며 “확신이 없는 투자에는 자원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비용 구조도 동시에 손본다. 인건비와 개발비를 포함한 고정비를 엄격히 통제하고, 비핵심 조직과 지원 기능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다만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우에무라 시로 CFO는 “매출 성장 대비 이익과 마진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 핵심 문제”라며 “ROI(투자수익률) 기반의 개발 검토와 비용 규율을 통해 구조적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기존 중장기 목표도 수정됐다. 넥슨은 2024년 제시했던 2027년 매출·이익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공식 인정했다. 신작 출시 지연과 핵심 IP 성장 둔화, 비용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단기 실적보다 구조 개선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쇠더룬드 회장은 “근거 없는 숫자를 제시하는 대신 실행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넥슨은 대신 프랜차이즈 중심 전략을 강화한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FC’ 등 핵심 IP를 기반으로 확장성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아크레이더스’를 통해 서구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게임을 확보한 점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넥슨 매출 대부분이 아시아에 집중된 구조를 넘어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AI 전략도 병행된다. 넥슨은 단순 도구 투자보다 ‘게임 데이터와 운영 경험’에 기반한 AI 활용을 강조했다. 수십년간 축적된 이용자 행동 데이터와 의사결정 경험을 AI로 확장해 개발과 라이브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쇠더룬드 회장은 “AI 경쟁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맥락 데이터’”라며 “넥슨은 수십억 건의 플레이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갖고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 정책도 유지된다. 넥슨은 기존 영업이익의 최소 33% 환원 정책을 유지하면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병행한다. 2025년에는 배당금을 두 배로 늘리고 약 970억엔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향후 추가 환원 정책도 검토 중이다. 우에무라 CFO는 “현재 주가는 기업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주주환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브리핑은 ‘성장’보다 ‘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세운 선언으로 평가된다. 넥슨이 규모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실행력을 중심으로 체질을 바꿀 수 있을지가 향후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쇠더룬드 회장은 “넥슨은 이미 강력한 프랜차이즈와 현금 흐름을 갖춘 회사”라며 “이제는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통해 가장 가치 있는 게임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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