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환율 1520원에 깎이는 자본”…4대 금융, 감액배당 질주 ‘불안한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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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원/달러 환율은 1528원을 터치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환율이 1500원을 돌파 후 오후 1507~1508원 등락 모습. /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감액배당을 앞세워 주주환원 경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고환율이라는 외부 변수와 주주환원이라는 내부 선택이 맞물리며 자본비율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충분한 자본 여력으로 버티는 모습이지만, 주주환원 확대 기조가 지속될 경우 건전성과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5.83%로 전 분기 말 대비 0.09%포인트(p) 하락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51%, 기본자본비율은 14.80%로 각각 0.12%p, 0.08%p 낮아졌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음에도 결산배당에 따른 자본 감소와 함께 환율 상승 영향으로 외화대출 자산이 늘며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한 점이 주요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배당 확대의 이면…감액배당, ‘자본 유출 구조’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한 배당 체계를 도입했다. 감액배당은 이익잉여금이 아닌 자본준비금을 활용해 주주에게 환원하는 방식으로, 배당소득세 부담이 없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것이 특징이다.

세제 효율과 주주환원을 동시에 충족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은행 내부 자본을 외부로 이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자본비율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4대 금융지주 배당가능 재원 현황 /구글 나노바나나2 생성 이미지

실제 4대 금융이 자본준비금 감액 및 이익잉여금 전입 등을 통해 확보한 배당가능 재원은 총 31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신한금융이 약 9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 7조5000억원, 하나금융 7조4000억원, 우리금융 6조3000억원 순이다.

배당 여력 자체가 수십조원대로 확대되면서 금융지주 간 ‘자본을 얼마나 환원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됐다. 우리금융은 비과세 배당을 통해 배당성향을 35%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다른 금융지주들 역시 자사주 소각과 병행한 주주환원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고환율 환경과 맞물린 구조적 변화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기준 1520원을 돌파하며 올 초부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외화자산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곧 위험가중자산 확대를 통해 자본비율 하락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날 환율은 장중 1520원을 넘어 1528원까지 상승한 뒤, 오전 11시 기준 1525원대에서 거래됐다.

위험가중자산 확대는 자본비율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요인인 반면, 감액배당은 자본 축적 속도를 둔화시키며 하락 압력을 누적시키는 성격을 갖는다.

즉, 배당 확대에 따른 자본(분자) 감소와 환율 상승에 따른 위험가중자산(분모)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자본비율을 이중으로 압박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환율이 자본비율을 흔드는 외부 변수라면, 감액배당은 자본 완충력을 낮추는 내부 선택이라는 점에서 두 요인이 맞물릴 경우 건전성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 “여유 자본 충분” vs “스트레스 국면 취약”

현재까지는 자본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4대 금융의 작년 말 총자본비율은 KB(16.16%), 우리(16.13%), 신한(15.92%), 농협(15.63%), 하나(15.61%) 등으로 모두 규제 기준(11.5%)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보통주자본(CET1) 비율 역시 1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여력을 바탕으로 금융지주들은 단순 배당을 넘어 감액배당, 자사주 소각, 자본 재배치 등을 결합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 규모 자체보다 자본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면서도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의 ‘여유 자본’이 빠르게 축소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위험가중자산 확대가 이어지고, 부동산을 포함해 올해 생산적 금융 전환 원년을 맞아 중소기업 대출 부실까지 겹칠 경우 충당금 부담이 증가하면서 자본 감소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환율 환경에서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자본 적정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주주환원 경쟁의 역설…‘균형’이 관건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감액배당은 주주환원 정책을 고도화하는 수단이지만, 그 본질이 자본 감소라는 점에서 건전성과는 구조적으로 긴장 관계에 놓인다.

현재는 충분한 자본 여력을 기반으로 균형이 유지되고 있지만, 환율과 경기 사이클이 변곡점을 맞을 경우 주주환원 확대 전략이 자본비율 하락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주환원과 건전성 사이에서 금융지주들의 자본정책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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