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호르무즈] ‘북극항로’가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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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북극항로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북극항로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약 25%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대체 항로의 필요성을 야기하고 있다. 매번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에너지 수급은 물론 해상 물류 운송 등에 차질을 빚는 일이 반복되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이후 ‘북극항로’가 주목받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앞서 북극항로 개척을 국정과제로 삼았던 우리 정부로선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았다. 그간 해운·조선업 중심의 북극항로 개척 전략을 ‘에너지 안보’의 관점으로 전환하고 직접적 영향이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심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황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휴전 협상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을 점령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을 꺼내기도 했다.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는가 하면,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전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 상황은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도 길어질 조짐이다. 이란은 비적대적 국가의 선박은 항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한 ‘제한적 허용’ 기조는 위험 요소를 남기며 유가 상승과 해상 물류비 인상 등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수입하는 원유 중 약 70%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등 에너지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특성상 이번 봉쇄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그간 북극항로 개척에 힘을 실어온 만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북극항로의 가능성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정부 역시 그간 북극항로 개척에 힘을 실어온 만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북극항로의 가능성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 ‘에너지 공급 다변화’ 기대감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 인근 해역의 위험성이 다시 확인되면서, 대안으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북극항로’다. 북극항로의 가장 큰 이점으로는 수에즈 운하 경유 대비 운항 거리를 약 30% 감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10일 이상을 단축하게 되는 셈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희망봉을 경유하는 항로가 현재 대체 경로로 활용되고 있지만,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것보다 약 9,000km가 더 길다는 점에서 경제성은 낮다는 평가다.

해상 물류의 관점에서 ‘경제성’ 말고도 에너지 안보의 측면에서 북극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지난 2008년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현재 북극권 내에는 약 900억 배럴의 원유, 1,670조 입방피트의 천연가스 등이 매장돼 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의 13%, 천연가스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좋은 에너지 공급처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이점은 이번 중동 상황으로 대두된 ‘에너지 공급 다변화’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소속 조은정·정현욱 연구위원은 지난 17일 ‘넥스트 호르무즈로서 북극: 해양·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전장’ 보고서에서 한국의 높은 원유 수입 의존도와 관련해 “평시에는 비용이 효율적이지만 위기 시에는 국가 경제 전체를 인질로 삼을 수 있는 초크 포인트”라며 “구조적 해법은 중동 의존도 자체를 낮추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현재까지는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더욱이 해당 항로 대부분이 러시아의 통제권 아래 있다는 점도 난관이다. 앞서 김성범 해수부 차관은 지난해 12월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진행된 해수부 업무 보고 당시 “해빙이 얼거나 열악한 데는 연안국이 좀 더 강한 통제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갖고 러시아가 통제권을 주장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동맹 등으로 ‘한러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한편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6일 취임사를 통해 “가장 시급한 현안인 중동 상황과 관련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우리 선원과 선박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관리하자”며 “북극항로도 착실히 준비해서 수년 후에 ‘그때 준비 안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평가를 꼭 들을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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