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플라톤(고대 그리스, 기원전 427~428년)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술’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오래된 음료다. 그중에서도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양조주인 ‘와인(Wine)’은 가장 사랑받는 술 중 하나다. 기원전 6,000년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처음 와인이 만들어진 이후, 전 세계 양조사들은 와인 품질 향상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8,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류 역사와 함께한 와인이 첨단과학기술을 만나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AI는 이제 와인의 재료인 포도 농사부터 제조, 레시피 개발, 보관에 이르기까지 와인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AI가 바꾼 ‘똑똑한’ 와인 제조
AI의 등장은 와인 제조 과정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Coombsville AVA)에 위치한 와인 제조사인 ‘팔마즈빈야드(Palmaz Vineyards)’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1997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와인 발효와 제조 공정 과정에서 첨단 AI기반 시스템을 이용 중이다.
팔마즈빈야드는 현재 대규모 지하 와인 동굴에 ‘AI기반 발효제어시스템(FILCS)’을 운영 중이다. 와인 발효 탱크에 탄산 감지센서와 AI시스템을 적용, 온도, 당도, 산도 등을 실시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와인의 침용 및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상 징후를 자동 조정한다. 팔마즈빈야드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와인의 품질을 크게 높였다. 또한 와인이 산화로 낭비되지 않아 연간 1,000만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팔마즈빈야드의 AI도입은 단순 마케팅이 아니다. 실제 AI시스템이 와인의 품질을 결정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와인 주요 생산국이 많은 유럽에서 다수 발표됐다. 그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인 ‘그리스’에서는 해마다 주요한 연구 및 기술개발 성과가 발표되고 있다.
주목할만 한 것은 그리스의 이오안니나대·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대 연구팀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연구다. 연구팀은 AI기반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전자 코(E-nose)’와 ‘전자 혀(E-tongue)’에 적용시켜 와인 발효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 코는 와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산 가스 배출량을, 전자 혀는 산도와 당도, 색 변화를 측정한다. 여기에 자체 고안한 AI모델인 ‘V-LSTM’에 온도·당도 등 다양한 발효 데이터를 시간 흐름을 학습시켜 와인 상태를 예측했다. 그 결과, 기존 발효 과정에서 발생한 예측 오차는 45% 줄었다. 또한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들은 87%의 정확도로 설명하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기술적 가능성에 와인 생산 시장에서의 AI영향력은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인도시장조사업체 ‘HTF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AI기반 와인 생산 시장은 지난해 기준 27억달러(약 4조996억원)으로 추산된다. 오는 2033년에는 연평균 성장률 11.2%를 보이며 63억달러(약 9조5,65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보관’
아무리 좋은 포도 품종을 사용하고 훌륭한 공정과정을 거친다 해도 와인의 품질을 좌우하는 결정적 문제가 있다. 바로 ‘보관’이다. 특히 적절한 보관 온도의 유지는 와인의 맛과 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와인은 온도 변화에 따라 성분 자체가 변화한다. ‘호주와인연구소(Australian Wine Research Institute)’ 연구팀은 약 15도의 저온군과 30도 이상의 고온군에서 와인의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높은 온도에 노출된 와인은 아황산(SO₂)이 빠르게 감소했다. 감소 속도는 고온군이 두 배 가량 빨랐다.
아황산은 와인 내부에서 황산화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산화를 방지해 와인이 식초로 변하는 것을 막는다. 또한 살균제 역할도 해 유해한 박테리아와 효모 번식을 억제해 맛과 향을 보존한다. 때문에 아황상의 감소는 곧 와인의 변질과 신선도 감소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와인은 화이트와인이었다. 레드와인과 달리 포도의 껍질을 제거해 만들기 때문에 황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적기 때문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화이트와인의 변색은 20도에서 10도 대비 2.9배 빨랐다. 또한 아황산물질 감소율은 1.2배 높았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가전 업계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는 제품이 바로 ‘와인쿨러’다. ‘와인냉장고’라고도 불리는 와인 쿨러는 이름 그대로 와인을 최적 온도로 보관하고 숙성하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와인 쿨러 시장은 28억달러(약 4조2,520억원)규모다. 오는 2030년엔 연평균 6.8% 성장해 44억달러(약 6조6,81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때 와인 쿨러 성능 차별성 확보를 위해 가전 업계가 활용하는 기술이 AI다. 국내선 삼성전자의 제품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30일 삼성전자는 ‘인피니트(Infinite) AI 와인 냉장고’를 출시했다. 생성형 AI기반의 ‘AI비전 카메라’를 탑재, 와인병의 입출고를 감지한다. 또한 와인의 이름, 품종 등 세부정보를 자동 기록해 관련 현황, 재고 정리를 돕는다.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적으로 와인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최적 보관 조건을 제공하는 와인 쿨러 수요도 늘었다”며 “특히 기술 발전으로 AI기반 알고리즘과 실시간 모니터링, 센서 등을 탑재한 스마트 와인 쿨러는 시장 성장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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