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규의 ESG 모델링 28] 수요 예측의 혁신下 어프레시(Afresh)의 AI 기반 신선식품 유통 최적화

마이데일리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약 3분의 1은 농장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과정에서 손실되거나 버려진다. 농장에서 씨앗을 심고, 비료를 뿌리고, 운반하고, 진열하는 데 들어간 에너지와 자원이 고스란히 폐기물이 된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10%를 차지하는데, 이를 하나의 국가로 치면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큰 배출국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만 소매 단계 식품 낭비 비용이 연간 218억달러(31조원)에 달한다. 이 손실의 상당 부분은 마트 진열대에서 팔리지 못하고 버려지는 신선식품에서 발생한다. 재고 관리 실패가 환경 문제이자 동시에 수익성 문제로 이어지는 구조다.

신선식품 관리가 유독 어려운 이유는 다루어야 할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바나나는 기온에 따라 익는 속도가 달라지고, 고기는 원물 하나가 어떻게 손질되느냐에 따라 판매 가능한 품목 수가 달라진다. 일반 공산품처럼 바코드만으로 재고를 추적할 수 없고, 수십 년간 써온 건식 식료품용 재고 관리 시스템은 신선식품의 이런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결국 대부분 슈퍼마켓 신선식품 담당자는 경험과 감(感)에 의존해 발주한다. 너무 많이 주문하면 폐기가 발생하고, 너무 적게 주문하면 품절로 매출 기회를 잃는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면 폐기는 유통업의 구조적 비용으로 고착된다.

그 비용이 얼마나 경영에 치명적인지는 계산해 보면 분명해진다. 일반적으로 미국 슈퍼마켓의 순이익률은 1~3% 수준인데, 미국 식품 유통업 전체 순이익률은 2023년 1.6%까지 떨어졌다. 이 구조에서 신선식품 폐기를 업계에서는 슈링크(Shrink)라고 부르는데, 매출 5억 달러(약 7,150억 원) 규모의 유통업체가 슈링크를 0.5%p만 줄여도 순이익이 17% 늘어난다는 분석이 있다. 폐기물 감소가 선언이 아니라 재무제표 개선으로 직결되는 이유다.

여기서 주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많은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폐기율을 3% 수준으로 보고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신선식품의 경우 35~40%가 팔리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폐기를 추적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거나 부정확해서 손실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발주 결정이 내려진다.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어프레시(Afresh)는 이 문제를 AI(인공지능)로 정면 돌파했다. 2017년 설립된 이후 지속 성장 중인 이 기업 핵심 솔루션인 ‘프레시 운영 시스템(Fresh Operating System)’은 AI가 발주 담당자에게 품목별 최적 주문량을 실시간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단순히 과거 판매 데이터를 평균 내는 방식이 아니다. 품목별 신선도 감소 속도, 날씨, 요일, 매장별 고객 패턴, 실시간 재고 흐름을 동시에 고려해 그 매장에서 그 품목을 얼마나 발주해야 최적인지를 계산한다. 바나나와 멜론처럼 무게로 팔리는 품목, 갈비처럼 손질 방식에 따라 판매 품목이 달라지는 육류, 핫바처럼 여러 재료가 섞이는 조리식품까지 품목 특성에 맞는 AI 모델이 별도로 설계돼 있다.

특히 시간이 리스크가 되는 신선식품에서는 발주 정밀도가 곧 수익이 된다. 기존 시스템이 “얼마나 팔렸는가”를 보는 데 그쳤다면, 어프레시는 “지금 남은 재고가 유통기한 내에 팔릴 수 있는가”까지 계산한다. 신선도 감소 곡선을 재고 예측 모델에 통합한 설계로, 전통적인 재고 관리 시스템이 다루지 못하던 영역을 데이터로 채웠다.

현장 인력 입장에서도 변화가 크다. 기존에는 발주 담당자가 수십 개 품목의 재고를 직접 확인하고 경험치로 수량을 정해야 했다. AI가 추천값을 제시하면 담당자는 수락 또는 소폭 조정만 하면 되기 때문에, 발주에 쏟던 시간을 고객 응대나 진열 관리에 재배분할 수 있다. 현장 팀의 실제 AI 추천값 활용률이 94%에 달한다는 점은, 도입 후 실제로 쓰이는 시스템이라는 의미다.

AI 적용기술의 성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어프레시 시스템 도입 매장 기준으로 슈링크 평균 25% 감소, 매출 3% 상승, 재고 회전율 7% 향상, 품절 발생 80% 감소가 보고됐다. 판매 후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유통기한도 평균 2일 연장됐다. 2025년 기준 미국 40개 주 1만 개 이상의 매장 부서에 도입됐고, 알버트슨스(Albertsons), 마이어(Meijer), 브룩셔(Brookshire) 등 주요 슈퍼마켓 체인이 고객사로 참여 중이다.

2017년 서비스 시작 이후 고객사 매장에서 줄어든 식품 폐기물은 합산 1억 파운드(4500만Kg)를 넘어섰다. 환경 부문의 성과만이 아니다. 더 신선한 상품을 일관되게 경험한 소비자는 재방문율이 높아지고, 유통업체는 신선도 유지 능력 자체가 브랜드 경쟁력이 된다. 폐기를 줄이면 비용이 절감되고, 신선도가 높아지면 매출이 오르는 선순환이 작동한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마트와 편의점의 신선식품 폐기는 고질적인 과제 중 하나다. 마감 할인과 폐기 지원금은 이미 발생한 손실을 사후에 처리하는 방식이고, 발주 단계의 판단은 여전히 담당자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어프레시의 접근은 폐기가 발생하기 전, 발주 결정 자체를 정교하게 만드는 사전 설계다.

앞서 다룬 쉬인과 어프레시의 사례는 산업도 다르고 접근 방식도 다르지만, 풀려는 문제의 본질은 같다. 쉬인은 제조 단계에서 소비자 반응이 확인된 뒤에만 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과잉 생산 자체를 막는다. 어프레시는 유통 단계에서 발주 수량의 판단을 AI로 정교하게 만들어 과잉 발주를 막는다. 둘 다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를 데이터로 줄이는 구조다.

두 기업의 차이는 통제권의 위치에 있다. 쉬인은 수천 개의 협력 공장을 자체 시스템에 직접 연동해 공급망 전체를 통합적으로 설계한다. 어프레시는 기존 공급망 구조를 바꾸지 않고, 유통업체 내부의 발주 판단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도구를 제공한다. 전자가 시스템을 새로 설계했다면, 후자는 기존 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의사결정 지점을 정밀하게 보강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친환경 포장재 교체나 보고서 문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원이 낭비되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 그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무엇을 파느냐보다 얼마나 남기지 않고 순환시키느냐가 지속가능한 유통의 핵심 경쟁력이다.

|심준규.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녹색금융으로 읽는 ESG 이야기>,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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