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수도권 투자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탈(VC)의 시선이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다만 이번 흐름은 단순히 투자 무대를 비수도권으로 넓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투자 대상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기술 스타트업 일변도였던 투자 문법이 지역 상권의 로컬 브랜드, F&B, 라이프스타일 기반 소상공인으로까지 확장되는 분위기다.

이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건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F&B 투자 성공 사례들이다. 한때 외식업과 카페, 베이커리 같은 오프라인 기반 사업은 확장성이 떨어지고 회수 구조도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벤처투자 시장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독보적인 브랜드와 팬덤, 공간 경험, 상품 기획력을 갖춘 F&B 브랜드라면 기술기업 못지않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업계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카페 '노티드'와 '다운타우너'를 운영하는 GFFG가 꼽힌다. GFFG는 2022년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3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단순히 디저트를 파는 회사를 넘어 MZ세대 팬덤과 굿즈, 공간 경험, 브랜드 협업이 결합된 콘텐츠 기업으로 평가받은 결과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역시 베이글이라는 익숙한 상품을 감각적인 공간 연출과 희소성, 화제성으로 다시 풀어내며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브라운백은 2024년 시리즈A 라운드에서 70억원을 조달했고, 2021년 프리시리즈A 투자까지 더하면 누적 투자유치액은 100억원에 달한다. 올해 1월에는 스타에셋파트너스와 와이앤아처가 공동 운용하는 조합을 통해 스몰비어 프랜차이즈 '얼맥당'에 투자하며 로컬 F&B를 선발·보육·IR·투자로 연결하는 사례도 나왔다. 특허 기술이 없어도 브랜드력과 반복 구매, 운영 표준화, 공간 경험, 확장 가능성이 입증되면 F&B 역시 충분히 제도권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업계가 F&B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이제 F&B는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업종이라기보다 브랜드와 경험을 소비하는 콘텐츠 산업에 가깝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SNS와 유통 구조 변화로 지역에서 출발한 브랜드도 전국 단위, 더 나아가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과거처럼 변동성 큰 업종이 아니라 초기 매출 검증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사업으로 보는 시각도 커졌다.
양희원 킹고스프링 부대표는 "지금의 F&B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사업이 아니라 브랜드와 경험을 소비하는 콘텐츠 산업에 가깝다"고 짚었다.
투자업계가 지역 상권의 로컬 브랜드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서울 성수나 한남, 압구정에서만 가능한 모델이 아니라, 지역에서 이미 단골과 매출, 팬덤을 확보한 브랜드라면 제2, 제3의 전국구 브랜드로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립스(LIPS)가 주목받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관건은 '잘되는 가게'와 '투자할 수 있는 브랜드'를 구분하는 일이다. 투자업계에서는 특정 상권에서 매출이 잘 나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대표 개인 역량이나 입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성과를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 가능한 브랜드는 브랜드 스토리와 고객 경험, 운영 방식이 표준화돼 있고, 확장 이후에도 동일한 품질과 경험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양 부대표도 "잘되는 가게와 투자할 수 있는 브랜드는 다르다"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왜 고객이 이 브랜드를 선택하는가에 있다. 맛 때문인지, 위치 때문인지, 브랜드 경험 때문인지가 먼저 분명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타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재현 가능한 구조인지, 초기 매출을 통해 시장 검증이 끝났는지까지 함께 확인해야 비로소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노티드와 런던베이글뮤지엄 같은 사례는 이런 심사 기준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과거에는 F&B는 스케일업이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브랜드 중심의 F&B도 충분히 확장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제품뿐 아니라 공간, 경험, 콘텐츠까지 결합하면 하나의 브랜드 IP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투자업계는 최근 F&B를 볼 때도 단순 매출보다 브랜드 파워와 확장성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다.

이런 점에서 립스는 단순한 지역 지원책을 넘어, 기존 벤처투자 문법 밖에 있던 업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통로로 읽힌다. 기술 스타트업 중심의 투자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빵집, 카페, 로컬 식음 브랜드, 상권 기반 서비스가 새로운 투자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지역 브랜드만의 강점도 분명하다. 지역 기반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차별화된 스토리가 되고, '여기서만 경험할 수 있다'는 요소가 자연스럽게 고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된다. 특히 최근에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지역 브랜드 역시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경험을 파는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성이 한계가 아니라 브랜드 경쟁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한계도 있다. 전국 확장 단계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문제는 결국 일관성이다. 지역마다 맛과 서비스가 달라지면 브랜드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고, 식자재·제조·물류가 안정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확장 자체가 어려워진다. 너무 빠른 확장은 브랜드 고유의 매력과 차별성을 희석시켜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투자업계가 로컬 F&B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예전보다 진지하게 보기 시작한 건 분명한 변화다. 특히 수도권 딜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브랜드 초기 성장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이미 동네에서 검증된 상품성과 단골 고객, 상권 내 입소문은 초기 시장 검증을 일정 부분 마친 신호로도 읽힌다.
립스가 일회성 정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단순 지원 사업이 아니라 민간 투자와 정부 매칭, 성장 지원이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운영, 확장 역량까지 함께 끌어올리고, 이후 성장한 기업이 회수와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결국 립스가 향하는 곳은 지역 상권 안의 '다음 노티드' '다음 런던베이글'을 찾는 작업에 가깝다. 서울의 유명 상권에서 시작된 F&B 투자 성공 공식이 지역 골목과 로컬 상권으로 내려오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딜 소스를 찾는 일이지만, 지역 창업자와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장사 잘되는 가게'를 넘어 '투자받는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는 통로가 열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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