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934년 홍콩, 부유한 가문의 자제 진진방(장국영 분)과 기생 여화(매염방 분)는 신분을 넘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가문의 반대에 부딪힌 두 사람은 저승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함께 죽음을 선택한다.
50년 후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연인을 찾아 여화는 유령이 된 채 1980년대 홍콩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신문사 기자와 그의 연인의 도움을 받아 사라진 진진방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과거에 멈춰 있던 여화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녀는 시간이 흐른 뒤 달라진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연지구 디 오리지널 4K’는 1988년 1월 홍콩 개봉 당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연지구’를 4K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작품이다. 홍콩 영화의 황금기 거장 관금붕 감독의 대표작으로, 제8회 홍콩 금상장 영화제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음악상 등 주요 6개 부문을 석권한 화제작이다.
이벽화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작가가 직접 각본을 맡았으며 관금붕 감독 특유의 탐미적 연출이 더해졌다. 여기에 영원한 스타 고(故) 장국영과 고(故) 매염방이 주연을 맡아 죽음을 넘나드는 사랑을 그린다.
홍콩 영화사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국내에서는 정식 개봉 없이 입소문으로만 회자돼 왔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4K 버전을 통해 제작 40년 만에 정식 극장 개봉이 이뤄지게 됐다. 이번 4K 버전은 오역을 바로잡은 새로운 번역과 복원된 화질을 통해 감정의 결을 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묘하면서도 매혹적이다. 1930년대의 화려함과 1980년대의 쓸쓸한 정서를 교차시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구축하는데, 낯설지만 그만큼 더 깊이 빠져들게 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익숙한 멜로의 구조 위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부잣집 도련님과 기생의 사랑, 이를 반대하는 가족과 정해진 혼인이라는 흐름은 익숙한 이야기지만,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연인을 찾기 위해 여화가 유령이 돼 다시 홍콩으로 돌아오는 순간, 영화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정서를 만들어낸다.
영화가 그리는 사랑은 단순히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죽음까지 함께하려 했던 여화의 선택은 결국 집착에 가까운 방식으로 남고, 진진방 역시 영원을 약속했던 감정을 끝내 지켜내지 못한 채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가장 빛나던 순간에 멈춰 있을 것 같던 사랑은 시간이 흐르자 초라하고 쓸쓸한 형태로 남는다. 죽음조차 초월한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듯했던 영화는 결국 지극히 현실적이고 뼈아픈 결말로 귀결되며 더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씁쓸하지만 그만큼 더 아름답고 짙은 여운을 안긴다.
고 장국영과 고 매염방의 눈부신 순간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을 연기했던 두 배우는 실제로도 각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03년 같은 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작품의 감정을 스크린 밖으로까지 확장시키며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든다.
장국영은 진진방이라는 인물을 통해 한때는 뜨겁고 단단했던 감정이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절정의 순간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던 그의 얼굴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차 다른 결의 감정을 품게 되며 사랑의 변화를 조용히 드러낸다.
반면 매염방이 연기한 여화는 그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 서 있다. 여화의 눈빛과 표정은 말보다 먼저 감정을 전달하며 시간이 멈춘 채 한 감정에 머물러 있는 인물의 집요함과 애틋함을 동시에 담아낸다. 그렇게 가장 빛나던 두 배우의 순간은 바라볼수록 더욱 깊은 그리움으로 남는다. 러닝타임 97분, 오는 25일 CGV 단독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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