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앞당기려는 정부 정책을 둘러싸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치료 기회를 빠르게 제공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고가 신약까지 서둘러 급여화할 경우 환자와 재정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선다. 결국 '속도'와 '검증'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택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 등재를 중심으로 한 약가 제도 개선안을 논의했다. 현재 최대 240일가량 걸리는 급여 적용 절차를 100일 이내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환자 수가 적어 임상 데이터 확보가 제한적인 희귀질환 특성을 고려해, 일단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자칫 '검증 이전의 사용'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민단체들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억원대 비용이 드는 일부 치료제조차 기대한 효과를 보인 비율이 절반 수준에 그친 사례가 적지 않다.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됐음에도 치료 성과는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환자들은 높은 기대와 달리 뚜렷한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는 결과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비판은 비용을 넘어 환자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충분한 근거 없이 '혁신 치료제'라는 기대 속에 투여된 약이 효과를 보이지 않을 경우, 환자가 감당해야 할 실망과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치료 기회를 넓히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또 다른 좌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제도 개편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고, 사후 평가 방식이나 약가 산정 기준 등 핵심 요소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일부에서는 가격 통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선(先) 접근, 후(後) 검증' 구조를 통해 균형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치료제를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실제 의료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과를 재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약가를 조정하거나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실사용자료(RWE)를 활용한 평가 체계를 도입하고, 2026년부터 관련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성패가 도입 속도가 아니라 사후 관리의 엄격성에 달려 있다고 본다. 실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치료제를 얼마나 신속하고 명확하게 걸러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정책은 접근성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치료 기회를 넓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 치료가 실제로 환자에게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속도를 높인 만큼 검증의 밀도를 강화하지 못한다면, 신약은 희망이 아닌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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