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 맞은 석유화학, '중동 사태'에 위기 고조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중국발 공급 과잉과 중동 사태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겹악재를 맞게 된 모습이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어가는 탓에 원유·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기지인 여천NCC가 원료 수급 중단으로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011170) △LG화학(051910) △한화솔루션(009830) 등도 일부 제품에 대해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지했다. 나프타·에틸렌 등의 수급 위기가 커진 것이다.

불가항력은 전쟁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제품 공급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면책을 위해 발동하는 조치다. 공급사는 고객사에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즉시 이를 통보해야 한다.

작년부터 구조재편 중인 석유화학업계는 설비 통합과 가동 중단 등을 통해 생산량을 감축하던 상황 속 비축한 나프타 재고량도 적어 이번 중동 사태에 따른 영향이 빠르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작년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나프타 수요는 약 5010만톤 규모다. 이 중 절반인 약 2670만톤을 수입하고 있다. 즉 에틸렌과 함께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수요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를 증류하는 과정에서 추출되는 탄화수소 혼합물로, 플라스틱 등의 핵심 원료다.

특히 수입산의 절반가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국내 도입 원유의 약 70%는 중동산이라 이번 사태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전 세계 에너지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해 "모두 불태우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일본 △중국 △영국 등 7개국에 해협 통과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군함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현재는 업계가 보유 재고를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유지하고 있으나, 비축분 소진이 본격화하면 줄줄이 공급 불가항력 선언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른다. 이와 함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공장 가동 중단 사태도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줄줄이 불가항력 가능성을 통보한 것도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불가항력을 넘어 공장 가동 자체가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고 토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나프타를 토대로 경쟁력 있는 통합 정유·석유화학 단지를 구축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원자재와 전기료 상승, 내수 시장 축소, 통화 약세 등으로 복합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석유화학 제품에서 한국 산업계가 중국에 대한 의존을 피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완화나 보조금 지원 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수요를 충당할 석유화학산업을 포기하는 것은 한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재앙이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정부도 이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8일 "최근 공급망 리스크가 높아진 나프타를 경제 안보 품목으로 한시 지정하겠다"며 "나프타 수급 동향과 기업의 애로사항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체 수입선 확보, 수출 제한 등 적극적인 조치들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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