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재판소원 첫 충돌… “사법 혼란” vs “기본권 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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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 대표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으로 범죄자들의 헌법소원 남용과 사법 체계 혼란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 대표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으로 범죄자들의 헌법소원 남용과 사법 체계 혼란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제도 도입 직후 각종 형사 사건 피고인들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며 “사법 체계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소원은 재판 과정에서 침해될 수 있는 기본권을 구제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정치적 공세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제도 도입을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면서 재판소원이 한국 사법 체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국민의힘 지도부 “사법 파괴 시작”… 재판소원 공세

국민의힘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판소원 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공갈·협박·성범죄·존속폭행 등 파렴치 범죄자들이 살판 난 듯 너도 나도 재판소원을 제기하고 있다”며 “재판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피해자들이 다시 법정에 불려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사기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전 의원의 재판소원 가능성을 언급하며 “의원직이 부활하는 것인지,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인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졸속 입법의 결과”라며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 역시 재판소원 제도가 사법 체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법 파괴 3법은 시행되자마자 단 하루 만에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을 산산조각 내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인정하는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되자 대출 사기범과 성폭력범, 협박범 등 온갖 파렴치범들이 재판소원 트랙을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판검사를 겁박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왜곡죄에 따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까지 시작됐다”며 “경찰이 대법원장의 법 해석을 수사하는 블랙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재판소원과 법왜곡죄가 결합되면서 사법부 위축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사법 체계가 대혼돈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도 시행 이후 나타난 혼란을 근거로 재판소원 제도의 재검토와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판소원은 그동안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의 재판’도 헌법재판소에 다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확정판결이 헌재 결정 취지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거나, 헌법·법률 위반이 명백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청구할 수 있다. / 뉴시스
재판소원은 그동안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의 재판’도 헌법재판소에 다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확정판결이 헌재 결정 취지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거나, 헌법·법률 위반이 명백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청구할 수 있다. / 뉴시스

다만 정치권의 주장과 별개로 재판소원 제도의 실제 구조와 영향에 대해서는 보다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존 헌법소원 제도에서는 법원의 판결 자체를 대상으로 삼기 어려웠지만, 개정 이후 일정 요건 아래에서 재판 자체를 헌법 심판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제도 도입 취지는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재판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되는 경우에도 이를 다툴 수 있는 통로가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지적해 왔다. 실제로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헌법소원을 통해 법원 판결을 다툴 수 있는 제도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

또한 재판소원이 제기됐다고 해서 곧바로 대법원 판결이 뒤집히는 구조는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재판이 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만 판단하며, 헌재가 인용 결정을 하더라도 사건은 다시 법원으로 돌아가 재심 절차를 거치게 된다. 헌재가 형사 사건의 유·무죄를 직접 판단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범죄자들의 재판소원 남용’ 주장도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많다. 제도 시행 직후 여러 사건에서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헌법재판소는 심사 단계에서 명백히 헌법 문제와 관련 없는 사건은 각하하거나 심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거친다.

결국 재판소원 논란은 제도 자체의 기능과 정치적 평가가 뒤섞여 나타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판소원이 사법 체계를 흔드는 통로가 될지, 아니면 기본권 보호 장치로 자리 잡을지는 헌법재판소의 실제 판단과 운영 과정 속에서 점차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공방과 별개로 제도가 실제 사법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의 사례 축적과 판례를 통해 가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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