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이면서 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갈등 끝에 대표직 연임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취임 3년 만에 한미약품 대표가 교체된다. 최대주주의 입김에 의해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다시 지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대표는 지난 2023년 한미약품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직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신 회장과의 갈등으로 첫 임기만 채운 채 물러나게 됐다.
박 대표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저는 이번 임기를 끝으로, 한미약품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저는 대표로서의 마지막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전문경영인이 반드시 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며, ‘임성기정신’이라는 원칙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한미의 방향성은 올곧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박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는 이유를 신 회장의 과도한 경영 개입 및 팔탄공장장 성 비위 문제 비호 등에 따른 갈등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회사의 경영과 관련해 의견 충돌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 않고 이사회 등 주요 결의에만 참여하고, 일상적인 업무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 회장은 한미약품 지주사의 최대주주이자 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로 있으면서 회사의 특정 계약에 대해 직접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경영에 간섭한 것으로 전해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최근 터져 나온 ‘로수젯의 원료의약품 교체’ 논란도 신 회장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특정 임원의 성 비위 처분 절차에 개입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다만 신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성추행 임원의 징계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고,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선 넘은 경영간섭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신 회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적어도 해당 대주주가 성추행 임원 비호 발언으로 상처받은 구성원들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대주주 이익을 위한 부당한 경영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재차 반박했다. 박 대표가 신 회장의 경영 개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 대표는 신 회장의 압박을 못 이기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2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 대표를 한미약품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업계에서는 대표이사 교체를 위한 초석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황 대표는 서울대 화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 종근당홀딩스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황 대표의 한미약품 대표 선임이 최종 확정되면 한미약품은 53년만의 첫 외부 영입 인사 대표 체제가 된다.
회사 내부에서는 신 회장의 입김으로 인해 33년간 한미약품에 몸담은 박 대표가 물러나게 됐고, 경영권이 사모펀드운용사(PEF)에 넘어갔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곧 있을 한미약품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박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대주주들과 이사회 이사들께 요청한다. 경영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이 다를 수는 있다”며 “그러나 한미의 근간인 ‘임성기정신’과 ‘품질경영’의 가치는 합심하시어 꼭 지켜 달라. 또 저의 뜻에 동조하거나, 침묵 시위 등을 통해 저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임직원들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없도록 해 주길 바란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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