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여파가 산업계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의 호황을 맞이했던 ‘반도체’ 분야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IT산업계에서는 오랜만에 찾아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동력이 전쟁으로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대외 자원 의존도에 흔들리는 반도체산업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반도체 산업계에서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주가다. 증권가에서는 불안정한 대외 상황이 반도체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고 한다. 전쟁 장기화 우려가 반영되면서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10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8만7,900원, 93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각각 전일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급등하던 2월 말과 비교하면 거의 20% 가까이 추락한 수치다.
이번 중동 전쟁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 타격이 아닌 간접 충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제조장비와 소재, 원료 등 중간재 공급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 같은 산업 구조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이는 요소다.
대표적인 문제는 반도체 생산용 가스 공급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헬륨 수입은 64.7%가 카타르산으로 집계됐다. 헬륨은 공정용 플라즈마 발생, 불활성 보호 기체, 극저온 냉각 등 반도체 공정에선 없어선 안될 자원이다.
또한 반도체 미세 식각 공정, 웨이퍼 표면 처리에 필요한 브롬은 97.5%를 이스라엘에서 수입한다. 즉, 중동 전쟁이 길어질 경우 헬륨 가스 등 주요 자원 공급에 문제가 심화돼 국내 반도체 산업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 이 같은 반도체 핵심 자원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였다. 지난 2024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발간한 ‘글로벌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대외의존도 70% 이상 품목 중 ‘재료 및 부분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3.5%에 달한다.
이권형 KIEP 아프리카 중동·중남미팀 선임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공급망 차원에서 중동 지역과 이스라엘 지역에서 수입하는 자원들이 중단되는 경우 반도체 제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한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때 문제는 국내의 경우 헬륨 등 관련 자원을 이쪽에서 많이 수입하다 보니 이 사태(중동 전쟁)가 진정되고 나서야 반도체 산업 불안정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쟁이 더 이상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장기전 우려 불식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가 강경파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반도체 산업 불안정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권형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빨리 끝날 수 있다고 말한 만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의 불안정을 극복하기 위해선 다른 주요 자원 수입 대책원을 찾는 등 공급망 안정화에 힘을 실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