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한화갤러리아가 9000억원 규모 서울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며 ‘포스트 김동선’ 시대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94억원에 그치고 신사업 성과도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1조원에 가까운 신규 투자를 앞두고 재무 관리 능력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달 26일 개최예정인 주주총회에서 김윤식 명품관 점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이 예고됐다. 김 점장은 명품관 공간기획TFT 등을 거친 현장 전문가로, 대규모 재건축 사업을 진두지휘할 실무 사령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주주 달래기에도 나선다.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3·6·9월 분기 배당을 도입하고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안건을 추진한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주주 불안을 완화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의 핵심은 ‘공간 한계 극복’이다. 현재 2만7438㎡(약 8300평) 수준인 영업면적은 5만9504㎡(약 1만8000평)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협소했던 주차 공간을 확충하고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 유치 경쟁력을 강화해 강남권 주요 백화점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철거 및 착공은 2027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서울시 인허가 일정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 완공까지는 약 5~6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을 앞두고 가장 큰 과제는 자금력이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는 연결 기준 매출 5752억원, 영업이익 9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7.7% 늘며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33억원으로 손실에서 벗어났다. 명품 수요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 판관비 절감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4분기 실적이 개선되며 현금 창출 능력이 턴어라운드된 상황”이라며 “부채비율 역시 주요 경쟁사보다 낮아 재무 건전성은 양호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외식 사업에서도 변화를 모색 중이다.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한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는 지난해 매출 465억원을 기록했고, 지분 매각을 통해 약 600억~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슨’ 역시 매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브랜드 론칭 이후 서울역·용산역·갤러리아 명품관에 이어 이달 강남, 잠실새내, 둔촌동 등 총 11개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수익 구조에서 9000억원 규모 투자를 감당하려면 외부 자금 조달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사 기간 동안 영업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 역시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압구정 부지 담보 차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츠(REITs) 활용 등 다양한 자산 유동화 방식이 거론된다. 압구정 부지의 자산 가치가 상당한 만큼 차입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오는 7월 예정된 인적 분할을 통해 신설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 재건축 자금 조달의 실질적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주사 출범은 유통·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투자를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한 행보로, 신설 지주사가 재건축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김동선 부사장의 신설 지주사 지분율은 5%대에 불과해 향후 지배력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또한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대전 타임월드점과 광교점에서 루이비통, 구찌 등의 퇴점 가능성이 거론되며 기업가치 하락 우려도 제기됐다. 동일 상권 내 경쟁 백화점 확장으로 매출이 분산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아 측은 이에 대해 “타임월드점 루이비통 철수설은 사실무근이며, 광교점은 오는 12월 폐점을 앞두고 브랜드와 협의를 진행 중인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이 한화 유통 사업의 향후 성장성과 경영 승계 전략을 동시에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대규모 투자와 사업 재편이 맞물린 만큼 향후 실적 개선 여부가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차입 규모를 관리 가능한 수준 내에서 유지하고 있다”며 “압구정 부지의 자산 가치를 고려할 때 재원 마련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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