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화약고에 韓기업 ‘비상’…140개 법인 걸렸다, 인력 대피·출장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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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격랑에 빠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전방위 비상 대응에 나섰다. 중동 10개국에 140개 해외법인을 둔 상황에서, 일부 기업은 직원 대피와 재택근무 전환에 돌입했고 신규 출장도 전면 중단했다. 에너지 수급과 물류 차질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4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92개 국내 대기업 집단의 중동 국가 해외법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92개 그룹이 중동 10개국에 설립한 해외법인은 총 14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해외법인 6362곳의 2.2% 수준이다.

중동 국가 가운데서는 아랍에미리트(UAE)에 56곳으로 가장 많은 법인이 설립됐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38곳, 오만 12곳, 이집트 11곳 순이었다. 이스라엘(8곳), 요르단·이란(각 4곳), 키프로스(3곳), 바레인·쿠웨이트(각 2곳)도 포함됐다. 레바논, 시리아, 예멘, 이라크, 카타르, 팔레스타인에는 별도 법인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28곳으로 가장 많았다. UAE(10곳), 사우디아라비아(6곳), 이스라엘(5곳) 등에 법인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LG·GS는 각각 14곳씩 중동에 진출해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2023년 대비 6곳이 늘어 중동 확장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이란에는 SK·현대차·중흥건설·KT&G가 각각 1곳씩 총 4개 법인을 두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수급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 물류비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기업 전반의 수익성 저하와 자금 유동성 경색 등 연쇄적 재무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즉각적인 안전 조치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이란 공격 직후 이란과 이스라엘 근무 직원들을 UAE 두바이와 이집트, 요르단 등 인접 국가로 대피시켰다. UAE·카타르·이라크 근무 인력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현대차그룹은 중동 현지 직원과 본사 간 핫라인을 개설하고, 국내 임직원의 중동 지역 신규 출장을 전면 금지했다. 상황 변화에 따라 단계별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이란에 파견됐던 한국인 직원 1명을 즉시 출국시켰고, 이스라엘 사업장 근무 한국인 임직원과 가족들도 현지 대사관 매뉴얼에 따라 대피했다. 전쟁 상황에 따라 △주변국 피신 △재택근무 △귀국 등의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는 사우디 현지 법인 직원들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명의로 “현지 임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대기업 집단 중 전쟁 발발 직후 공식 자료를 낸 곳은 한화가 유일하다.

중동 리스크가 단순 지정학적 변수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물류·재무 전반을 흔드는 구조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긴장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비축 물량과 대응 체계로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유가·환율·물류비 상승이 동시에 작용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지 인력 안전과 함께 공급망 안정이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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