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봉쇄 저울질… 한국 경제 직격탄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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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위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중동 군사 충돌이 확산되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 AP 뉴시스
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위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중동 군사 충돌이 확산되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 AP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중동에서 시작된 군사 충돌이 세계 에너지 시장과 재외국민 안전 문제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보복에 나서면서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고, 국제유가와 해상 운송, 금융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양상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 중동 전쟁, 에너지·교민 안전 동시 흔들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외부로 나가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해협이 흔들리면 국제유가가 먼저 반응하는 구조다.

외신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일부 유조선이 공격을 받거나 항로를 변경했고, 해협 인근에 대기 중인 선박이 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상보험사들이 전쟁 위험 담보를 취소하거나 보험료를 올리면서 운항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물리적 봉쇄 선언이 없어도 보험과 비용 상승이 통항을 위축시키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군사적 봉쇄가 공식화되지 않더라도 해상 보험료 급등과 전쟁 위험 담보 취소는 사실상 ‘경제적 봉쇄’ 효과를 낳는다. 선박 운항 비용이 치솟으면 선사들은 항로를 우회하거나 운송을 미루게 되고, 이는 곧 공급 지연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교전 여부와 별개로 시장은 이미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같은 날(2일) 글로벌 원유 거래의 대표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이 급등하고 유럽 증시가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역시 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 글로벌 증시 약세 흐름을 전하며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즈도 1일 보도에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며 걸프 지역 해상 교통로의 안전이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사태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전쟁의 가장 큰 파도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하며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그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전투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초 수 주 기간내에 종료를 예상했지만, 필요하다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 역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사태의 지속 기간이다. 단기 충격은 가격 변동에 그치지만,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은 물가와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수입 단가 상승이 무역수지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일본 NHK는 2일 보도에서 민간 연구기관 분석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안팎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일본의 원유 수입이 대부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며 해협 리스크가 일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주요 해운사들은 해협 통과를 중단하거나 선박을 안전 해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예방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UAE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UAE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한국 역시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이란 사태 관련 당정 간담회에 따르면, 우리 원유 수송선과 상선 등 약 30여 척이 중동 인근 해역에서 운항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스도 일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해 도입되고 있어 정부가 수급 상황을 점검 중이다.

해협을 통한 운송에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도입 비용 상승과 공급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순한 수입 가격 상승을 넘어 정유·석유화학·항공 등 에너지 의존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 문제와 함께 재외국민 안전도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이란 사태 관련 민주당-외교부 당정 간담회에 따르면, 중동 13개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단기체류자와 교민을 포함해 약 2만1,000여명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단기체류자는 약 4,000명, 교민은 1만7,000여명이다.

공습이 발생한 이란에는 공관 직원을 제외하고 59명, 이스라엘에는 616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인접 국가로 이동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안전상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에는 두바이 등을 중심으로 약 2,000명의 여행객이 체류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일부 국가의 영공이 폐쇄된 상태여서 정부는 이동 가능 국가와 수송 수단 확보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인접국을 통한 이동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총리를 중심으로 상황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유가·환율·주식시장 변동성 등 경제적 파장도 점검 대상이다. 다만 금융시장 대응은 관련 상임위원회와 당 지도부 차원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는 6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에너지 수송 현황과 추가 대책이 보고될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군사시설을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이란이 보복에 나서면서 군사 충돌이 확대됐고, 이란 연안과 맞닿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략적 압박 수단으로 부상했다. 전쟁의 전장은 중동이지만, 파장은 에너지와 공급망을 통해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태의 지속 기간이 이번 위기의 강도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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