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번 청구, 해임은 2번… 주민소환제 다시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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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민소환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주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주민소환법 개정안'을 3일 대표발의 했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올해까지 총 6건의 주민소환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 뉴시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민소환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주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주민소환법 개정안'을 3일 대표발의 했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올해까지 총 6건의 주민소환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소환제가 다시 국회 논의의 테이블에 올랐다.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153건의 소환 청구가 있었지만, 실제 해임으로 이어진 사례는 두 건에 그쳤다.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제도”라는 비판 속에 제22대 국회에서는 올해 초까지 총 6건의 주민소환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공통된 문제의식은 문턱을 조정해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보자는 것이다.

◇ 직접민주주의 장치, 그러나 높은 문턱

주민소환제는 주민이 스스로 선출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임기 중 해임할 수 있도록 한 직접민주주의 장치다. 선거를 통해 권한을 부여한 주민이 그 권력이 남용되거나 신뢰를 잃었다고 판단할 경우 직접 책임을 묻는 제도다. 지방권력에 대한 주민 통제 수단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절차와 요건이 엄격하다. 일정 비율 이상의 주민 서명을 받아야 소환이 발의되고, 실제 투표는 전체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야 성립한다. 이 기준에 미달하면 개표조차 하지 않는다. 임기 말 1년간은 소환을 청구할 수 없고, 서명은 종이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그 결과 상당수 청구는 서명 단계에서 무산됐고, 투표까지 간 경우도 요건을 채우지 못해 종결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겠다며 발의된 개정안들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참여 문턱을 낮추는 방향이다.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고 전자·온라인 서명을 허용해 접근성을 높이자는 구상이다. 둘째는 청구 요건과 투표 성립 요건을 재설계하는 방안이다. 선거 투표율과 연동하거나 인구 규모에 따라 차등화하는 등 구조 자체를 손보자는 접근이다. 셋째는 투표 질서와 남용을 관리하는 보완 장치다. 허위 서명 처벌을 강화하거나 투표소 인근 권유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여기에 속한다.

입법 논의는 2024년 가을부터 시작됐다. 2024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가장 먼저 개정안을 발의했다.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고, 주민소환 청구 요건을 ‘직전 지방선거 전국 평균투표율의 15%’로 정하도록 했다. 임기 말 소환 제한 기간을 6개월로 줄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2025년 4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투표소 100미터 이내에서 주민소환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냈다. 청구 요건보다는 투표 질서 관리에 초점을 둔 개정안이다.

2025년 5월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은 투표 연령 18세 하향, 비례대표 지방의원 포함, 전국 평균투표율 15% 연동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임기 말 1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어 2026년 1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청구 요건을 인구 규모에 따라 차등화하고, 전자서명과 비대면 서명 요청을 허용하며, 투표 성립 기준을 ‘3분의 1 이상’에서 ‘4분의 1 이상’으로 낮추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는 지금까지 153건의 청구가 있었지만 실제 해임은 두 건에 그쳤다. 국회에서는 청구 요건 완화와 인구 규모 차등 적용 등을 두고 제도 재설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 뉴시스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는 지금까지 153건의 청구가 있었지만 실제 해임은 두 건에 그쳤다. 국회에서는 청구 요건 완화와 인구 규모 차등 적용 등을 두고 제도 재설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 뉴시스

2026년 2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도 유사한 구조의 법안을 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제도 재설계 논의가 확산된 모습이다. 이어 2026년 3월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이 온라인 서명 도입과 18세 하향을 중심으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종이 서명 방식이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공간적 제약이 컸던 종이 서명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소환 청구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복 의원은 “주민소환제는 지방권력의 남용을 막는 최후의 보루임에도 지나치게 높은 문턱 탓에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며 “이번 개정안이 주민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제도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22대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들은 주민소환제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방향에서는 공통점을 보인다. 다만 청구 요건을 선거 투표율과 연동할지, 인구 규모에 따라 차등화할지, 혹은 절차 접근성 개선에 무게를 둘지 등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고민은 해외에서도 반복돼 왔다. 미국은 주(州)마다 주민소환 요건이 다르다. 예컨대 캘리포니아는 직전 선거 투표자 수의 12% 서명을 요구하고, 미시간은 25%를 기준으로 삼는다. 선출 당시의 정치적 정당성과 소환 요건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인구 규모에 따라 요건을 차등화한다. 인구가 적은 지방자치단체는 20% 수준을 요구하고, 10만 명을 넘는 대도시는 15%로 낮추는 식이다. 일본 역시 대도시에 별도 산식을 적용해 필요한 서명 수를 조정한다. 결국 주민소환은 ‘얼마나 쉽게’보다 ‘어떤 기준으로’ 문턱을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단순한 완화 경쟁이 아니라 설계 철학의 선택이라는 뜻이다. 국내 개정안이 투표율 연동형과 인구 차등형으로 갈리는 것도 이 같은 설계 선택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주민소환제도의 쟁점은 균형이다. 문턱을 낮추면 제도는 활성화될 수 있지만 잦은 소환 시도가 지방행정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소환이 발의되면 단체장의 권한은 일정 기간 정지되기 때문이다. 153번의 청구와 두 번의 해임이라는 기록은 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문턱을 낮춰 제도를 살릴 것인지, 아니면 안정성을 지키는 선에서 조정할 것인지. 주민소환을 둘러싼 선택은 결국 지방자치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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