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투기를 수출하는 일은 제작사만의 과제가 아니다. 완성된 기체가 납품국 공군기지 활주로에 내려앉기까지,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전장이 있다. 물류다.
CJ대한통운(000120)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훈련용 전투기 T-50i 2대를 인도네시아로 운송하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경상남도 사천에서 출고된 기체는 국내 내륙 운송과 항공 운송, 현지 통관과 군 기지까지의 육상 이동을 거쳐 최종 인도됐다.
총 30톤 규모의 항공기 두 대를 이동시키는 작업은 단순한 대형 화물 운송과는 결이 다르다. 방산물자는 구조적 특성과 보안, 통과 허가 등 복합 변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T-50i는 길이 약 13m, 높이 4.8m에 이르는 대형 구조물이다. 동체 내부에는 정밀 전자장비가 집적돼 있어 진동과 충격에 민감하다. 기체의 하중 분포와 무게중심이 조금만 달라져도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운송 전 과정에서 구조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CJ대한통운은 운송 전 '로드 서베이(Road Survey)'를 통해 경로를 설계했다. 교량 높이, 표지판 간섭, 회전반경 등을 사전점검해 이동 가능 여부를 검증했다. 국내 구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현지 도로환경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군 당국과 협조해 호송체계를 갖춘 뒤 이동을 진행했다.

내륙 구간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무진동 차량이 투입됐다. 기체의 중량과 무게중심을 정밀 계산해 적재했고, 평균 시속 60㎞를 유지하며 진동을 최소화했다. 사천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약 530㎞, 인도네시아 주안다 공항에서 공군기지까지 약 200㎞에 이르는 장거리 이동이 이어졌다. 고속 운송이 아니라 안정성 확보가 우선이었다.
항공 구간 역시 복잡했다. 방산 화물은 경유 국가의 영공 통과 허가 여부에 따라 일정이 좌우된다. 통과 승인이 지연되면 전체 프로젝트가 멈출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국가별 허가 가능성을 분석해 4개국을 통과하는 최적 경로를 설계했다. 항공운항은 단순 노선 선택이 아니라 외교·보안 요소가 얽힌 조율의 과정이다.
이번 운송에는 '모듈형 방식'이 적용됐다. 기체를 △동체 △날개 △수직꼬리날개 △엔진 총 네 개 주요 구조로 분해해 운송한 뒤 현지에서 재조립하는 방식이다. 대형 항공기 완제품 상태로 이동하는 것보다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열대 몬순 기후를 감안해 방수 덮개를 별도로 준비하는 등 환경 변수에도 대비했다.
장영호 CJ대한통운 글로벌1본부장은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국내 유일무이한 E2E(End-to-End) 물류 체계로 고난도 방산물류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우수한 항공·방산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물류 파트너 역할을 강화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서 위상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최근 K방산 수출은 동유럽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투기, 전차, 자주포 등 완제품 수출이 늘어나면서 물류 역량은 단순 지원 기능을 넘어 경쟁력의 일부로 평가된다. 납기 지연이나 운송 사고는 계약 신뢰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CJ대한통운은 그간 전투기 시뮬레이터의 폴란드 운송, T-50TH 태국 운송, FA-50GF 폴란드 인도 프로젝트 등을 수행해왔다. 2022년에는 영국 국제 에어쇼 참가를 위해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T-50B 9대를 운송했다. 제작사와 정부가 전면에 서는 방산 수출 무대 뒤에서, 물류 기업은 조용히 계약 이행의 완성도를 책임진다.
이번 T-50i 운송은 방산물류가 단순 대형 화물 운송과 다르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도로 구조 분석, 항공 경로 설계, 기체 분해·재조립, 기후 대응까지 복합 기술이 요구된다. 방산 수출이 늘어날수록 이런 E2E(End-to-End) 수행 능력은 전략 자산으로 기능한다.
전투기는 제작사 이름으로 수출되지만, 활주로에 무사히 도착하는 순간까지는 물류가 함께 완성한다. K방산의 확장은 생산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뒤를 떠받치는 운송체계가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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