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혼을 결심한 분들이 상담에서 가장 먼저 묻는 말은 대개 "재산은 반씩 나누나요?"이다. 하지만 실무에서 더 무서운 질문은 따로 있다. "변호사님, 아무것도 준비 안 했는데 이미 배우자가 예금 해지, 현금 인출, 명의이전 같은 방식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것 같아요." 재산분할은 법리가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소송 전에 무엇을 확보했는가'에서 갈린다. 소송은 시작하면 시간을 벌 수 있지만, 확보된 자료가 없으면 그 시간은 무의미하다.
사례를 보자.
고양시 일산에 살던 A씨는 남편의 잦은 외박을 계기로 이혼을 고민했다. 아이 문제 때문에 파주시 운정의 친정으로 잠시 몸을 옮겼고, 김포시를 오가며 지냈다. 그 사이 남편은 급여가 들어오던 계좌의 자동이체를 정리하고, 예·적금 일부를 해지해 다른 계좌로 옮겨 두었다. A씨는 "이혼하면 어차피 반으로 나눌 텐데, 왜 이렇게 급하게 빼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상대방 입장에서는 '반으로 나뉘기 전에 치우는 것'이 본능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재산분할은 결심의 순간부터 '정리'가 아니라 '확보'가 우선이다.
첫째, 기준일을 먼저 세워야 한다. 재산분할의 대상은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이고, 실무에서는 별거 시점, 소장 접수 시점, 사실상 파탄 시점이 늘 쟁점이 된다. 상대가 "결혼 전부터 있던 내 돈"이라거나 "별거 이후 번 돈은 내 돈"이라고 주장하면, 결국 싸움은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혼인 공동의 경제로 볼 것인가'로 모인다. 그래서 소송 전 준비는 "무슨 재산이 있나"보다 "언제의 재산을 볼 건가"부터 정해두어야 한다.
둘째, 통장 잔고보다 '흐름'이 핵심이다. 상대방 계좌를 당장 보지 못하더라도, 월급 계좌, 생활비 카드, 대출 금융사, 전세보증금 변동 시점 같은 단서만 모아도 자금의 윤곽이 잡힌다. 특히 재산 은닉이 많은 사건은 "지금 얼마가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들어와 어디로 나갔느냐"를 입증하는 싸움이다.
셋째, 부동산은 등기부보다 '자금조달'이 더 중요하다. 명의가 누구인지보다 계약금·중도금·잔금이 어디서 나왔고, 대출과 이자를 누가 부담했는지가 핵심이다. 전세라면 보증금 형성 경위와 증액분의 출처, 지급 계좌를 정리해야 한다. 이 부분이 흐릿하면 재판부는 기여도를 보수적으로 잡기 쉽다.
넷째, 사업자·프리랜서는 "소득"을 말로 이길 수 없다. 상대가 소득을 축소하면 재산분할과 양육비가 함께 흔들린다. 국세청 소득금액증명, 부가가치세 신고, 건강보험료, 카드매출, 사업장 통장 입출금처럼 생활수준을 설명하는 자료를 묶어두는 것이 우선이다.
다섯째, 채무는 "있다"가 아니라 "왜 생겼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한 잔액만으로는 부족하고, 혼인 공동생활을 위한 채무인지, 투자·도박·사치로 생긴 채무인지가 갈린다. 대출 약정과 사용처, 상환 주체, 이자 납부 흐름을 함께 정리해 두어야 한다.
여섯째, 재산분할은 결국 기여도 싸움이다. 누가 생활비를 부담했는지, 육아·가사를 누가 맡았는지, 부모 지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같은 사실이 기여도를 만든다. 급여명세서, 카드내역, 자녀 교육·병원비 결제 흔적처럼 작아 보이는 자료들이 오히려 가장 강한 증거가 된다.
일곱째, 소송을 앞두고 휴대폰 무단 열람, 계정 몰래 로그인, 위치추적기 부착 같은 무리한 불법 증거수집은 피해야 한다. 증거를 얻는 순간 형사 리스크가 생기면 재산분할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재산분할은 단순히 "재산목록을 제출하면 되는 사건"이 아니다. 기준일 설정, 특유재산과 공동재산의 구분, 은닉 정황의 포착, 소득 축소에 대한 반박, 채무의 성격 다툼, 입증 우선순위와 절차 선택까지 한 번에 맞물린다.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부터 확보할지, 어떤 자료는 선제적으로 보전해야 하는지, 어느 지점에서 협상으로 유리한 고지를 만들지까지 결국 경험이 좌우한다. 그래서 재산분할을 앞둔 단계라면, 초기에 이혼전문변호사와 상담해 전략과 자료를 함께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혼소송 재산분할은 법정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송 전 집에서 이미 절반이 결정된다. 정리된 자료는 재판부를 설득하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시간을 소모한다. 이혼을 결심했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다. 사랑이 끝나는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이별은 감정과 숫자를 분리하는 일이다. 숫자는 냉정하고, 그 냉정함이 오히려 나를 지켜준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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