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사조위(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되긴 했지만, 소속만 바뀐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지 않길 바란다. 사람이 일을 하는 만큼 쉽지 않겠지만, 정치적으로도 독립된 기관, 그리고 전문성까지 같이 겸비한 조직이 되길 바란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대한민국 항공안전조직 선진화’ 토론회에서 최현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조종사연맹) 위원장이 한 말이다.
앞서 조종사연맹은 2024년 12월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 이후 국토교통부 파견 사무국장 영향 아래 놓인 사조위 구조가 독립성·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참사의 피해를 키운 요인이 국토부와 산하기관인 한국공항공사가 지은 ‘콘크리트 둔덕’ 기초에 세워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때문인데도 국토부 산하의 사조위가 사고에 대해 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업계를 비롯해 유가족 단체 등은 사조위의 독립성·공정성·전문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조종사연맹은 사고 발생 시 한시적으로 민간 외부 전문가를 폭넓게 참여시키는 조사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민간 조사관 참여 확대는 필수임을 강조하면서,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같이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투명한 조사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올해 1월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사조위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겨갔다. 항공·철도 사고 발생 시 사고조사 과정에서 외부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만 소속만 옮겨가고, 조직 체계나 구성원이 그대로라면 ‘그 나물의 그 밥’인 채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도 “사조위가 소속만 옮기는 게 아니라 선진화된 사고안전조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동훈 조종사연맹 수석부위원장은 해외의 대표적인 항공사고조사기구 5곳의 강점을 융합한 ‘한국형 항공사조위’를 제안했다.
세계 주요 사고 조사기관은 △미국 국립교통안전위(NTSB) △네덜란드 안전위원회(DSB) △프랑스 항공사고조사분석국(BEA) △호주 교통안전조사국(ATSB) △영국 항공사고조사국(AAIB) 등이 있다.
미국 NTSB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파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사고와 관련된 제조사, 항공사, 조종사 노조 등의 전문가를 조사 초기부터 각 분야별 조사팀원으로 합류시켜 현장 활동 및 증거 수집 과정에 그들의 고도화된 전문성을 활용한다. 단, 객관성과 중립성 유지를 위해 최종 분석 및 보고서 작성 단계에서는 외부 파티를 엄격히 배제한다.
네덜란드 DSB는 항공·육상·해상·의료 등 국가 전체의 공공 안전을 총괄하는 종합 안전 기구로, 다양한 산업군의 사고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만큼 타 산업의 안전 논리를 항공 조사에 결합하는 융합적 분석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항공우주센터(NLR)와 같은 외부 독립 연구소와 함께 조사를 진행한다.
프랑스 BEA는 항공기 제조사의 엔지니어링 데이터와 비행시뮬레이션 등을 바탕으로 시술적 조사 및 분석 분야의 전문성이 뛰어나다. 호주 ATSB는 ‘누구의 잘못(Who)’인 것보다 ‘어떤 안전망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가(Why)’를 중심으로 분석하며, 영국 AAIB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부속서 13(Annex13)의 규정을 가장 충실하게 이행해 신뢰도가 높다.
‘한국형 항공사조위’는 이 5개 사고조사 기관의 강점 △미국 NTSB 및 호주 ATSB의 ‘개방성과 권리 보장’ △네덜란드 DSB 및 프랑스 BEA의 ‘전문성과 독립성’ △영국 AAIB의 ‘현장 통제권’을 융합하자는 것이다.
신동훈 수석부위원장은 “사조위의 독립적 운영과 인적·물적 쇄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시대적 과제”라며 “글로벌 스탠다드 융합 모델 도입을 통해 선진적 예방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장정희 조종사연맹 대외협력실장은 사조위의 조직 개선을 요구했다.
장정희 실장은 “여객기 참사 발생 후 사조위단장은 언론과 유가족에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와 신뢰성 저하를 야기해 결국 사조위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며 “또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에게 실시한 두 번의 설명회에서는 추측성 발표를 했으며, 질문에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전문성이 결여된 것이 드러나 공정성과 객관성, 전문성의 중요성이 알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 사무국장 예하에 소속된 사고조사팀 직제를 사조위 위원장 직할 구조로 운영해 사고조사관들을 파견직 공무원과 분리함과 동시에 위원장의 직접 지휘를 통해 사고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사조위 내에 언론 대응을 전담할 보직을 신설해 훈련된 전문 인력이 설명회를 전담할 수 있도록 직제 수정이 요구된다. 이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며 공정성과 객관성 향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지난 1년간 사조위의 행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향후 재발방지와 전문성, 독립성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참사 이후 혼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였던 점, 그리고 사고 예방부터 이후의 조치 과정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입장에서 노력하겠다”며 “비난과 질타를 겸허히 수용해 앞으로 진행될 사조위 조직 개선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며 전문성·독립성·업무연속성, 그리고 권한과 책임까지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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