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62)] 처음으로 설레는 봄이 왔다

시사위크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귀농 9년차인 올해는 처음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맞고 있다. 고장난 관리기를 고쳐주기 위해 찾아오신 우리의 은인 이장님의 존재도 든든하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부부는 벌써 귀농 9년차를 맞이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년 봄을 맞을 이맘때면 늘 어려움이 있었다. 3년차까지는 적응하느라 힘들었고, 이후 7년차까지는 이사와 품종 변화, 농장 업그레이드 등의 쉽지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8년차였던 지난해에는 폭설에 하우스가 무너지는 ‘재난’을 겪었다. 매년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든 봄맞이였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처음으로 설레는 봄을 맞고 있다.

농사일이 없는 겨울, 우리는 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발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많은 고민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론은 ‘농사는 부업으로 생각하자’다. 농사를 짓겠다고 귀농을 했는데 부업이라니 말이 되는 건가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게 우리가 찾은 생존 방식이다.

한 분야를 10년 정도 지키면 숙련자가 된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렇다. 나름의 노하우가 쌓였고, 베테랑이 됐다. 한때는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진 않았던 거다. 특히 일처리가 빨라지고 지난해부터 손이 덜 가도록 세팅을 바꾸고 있기도 해서 시간 여유가 더 많아졌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아내가 5개월 간 주 5일 풀타임(오전 9시~오후 6시) 근무하는 직장을 다녔는데, 농사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예전엔 농사를 우리의 ‘생명줄’이라 생각했고, 그렇다보니 새로운 봄을 맞을 때 스트레스도 컸던 거 같다. 그런데 이제 ‘농사는 부업’이라고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농사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마치 농사가 게임 미션을 깨는 것처럼 재밌다.

평소보다 일찍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는 올해, 하우스 보조사업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청양=박우주
평소보다 일찍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는 올해, 하우스 보조사업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청양=박우주

그렇게 모처럼 설레고 편한 마음으로 분주하게 봄을 맞고 있다. 우리 부부는 올해 2월 8일부터 설날 하루만 빼고 매일 일을 하고 있다. 원래는 3월에 해도 되지만 3월부터 나는 방과 후 강사로 5곳에 나가게 됐고, 아내도 면접과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해서 2월에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놓는 걸 목표로 설정했다. 

가장 중요한 일을 꼽자면 하우스 보조 신청이다. 예전엔 농업 보조사업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공정 심사위원단을 거쳐 선정하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그래서 시간이 좀 더 소요되고 있고, 현재는 신청 후 기다리는 중이다. 만약 선정돼서 하우스를 짓게 된다면 우리 농장의 마지막 하우스가 될 것 같다. 

우리 땅은 농사짓기 썩 좋지 않아 고민하다 지난해 하우스가 무너진 것을 계기로 거금을 들여 흙을 많이 받아 쓸 만한 땅으로 바꿨다. 그런데 땅은 관리를 하지 않으면 바로 잡초밭이 된다. 만약 올해 보조사업에 선정되면 하우스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관리를 해주고 있다. 일단 잡초를 예초기로 다 제거하고, 제거한 잡초를 다른 곳으로 옮겨둔 상태다.

이제 퇴비와 비료를 넣고 관리기로 땅을 갈면 되는데 이곳은 안 쓰던 땅이라 트랙터를 불러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농사밭을 갈아주는 작업은 트랙터와 관리기 등 2개를 사용하며 규모가 큰 곳은 당연히 트랙터로 갈고 작은 곳은 손이나 관리로 갈게 된다. 트랙터는 중고로 1,000만원, 관리기는 중고로 150만원 정도 한다. 트랙터는 200평 기준으로 20분이면 작업이 아주 잘 끝난다. 관리기로 트랙터만큼 잘 갈리게 하려면 1시간이상 소요된다. 특히 오래 묵힌 밭은 트랙터로 깊게 잘 갈아주는 게 좋다. 우리는 3월 중에 트랙터를 불러 작업할 예정이다.

구기자는 5년 정도 지나면 알이 작아지고 수확량도 감소한다. 그래서 다시 싹 캐버리고 다시 심어야 한다. 쉽게 하는 방법은 미니 굴삭기를 불러 작업하는 건데, 하루 일당이 70만원 든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직접 캐야 한다. 우리의 선택은? 당연히 후자다. 

하우스 한 동에 심은 구기자는 약 600그루다. 하루에 125그루씩 캤다. 삽으로 캤는데 정말 튼튼한 공사용 쇠삽 한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다. 구기자 4그루당 하나씩 박혀있는 파이프를 뽑는 작업도 했다. 아내는 다른 일을 하고 내가 혼자 이 작업을 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우스 4동이면 5년 뒤에 2,400그루를 캐야하는데 할 수 있을까? 그때는 무조건 굴삭기를 부를 것이다. 

구기자를 새로 심기 위해 직접 캐내는 작업을 마쳤다. 다음번엔 굴삭기를 부를 생각이다. / 청양=박우주
구기자를 새로 심기 위해 직접 캐내는 작업을 마쳤다. 다음번엔 굴삭기를 부를 생각이다. / 청양=박우주

그 다음 일은 퇴비를 뿌리는 것이다. 이건 꼭 귀농하는 사람들을 알아야 하는 정보이기도 하다. 퇴비를 뿌리는 이유는 땅을 좋게 만들어 주고 영양분을 주기 위해서로, 농사의 필수적인 요소다. 퇴비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소똥과 돼지똥, 닭똥을 퇴비로 만든다. 모든 퇴비를 다 써봤는데, 가장 좋은 퇴비는 소똥 퇴비다. 땅에 흡수도 잘 되고 냄새도 심하지 않고 뭉 치지 않아 좋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전문가들이 좋다고 하니 퇴비를 쓰려면 소똥 퇴비를 추천한다. 

돼지똥은 냄새가 심하다. 잘 숙성시킨 건 냄새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쓴 건 냄새가 심하고 잘 굳어서 좋지 않았다. 닭똥은 첫해는 좋지만 땅이 점점 산성화된다고 한다. 그래서 딱 1년 써보고 안 써봤다. 

퇴비를 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트럭만 있으면 가까운 한우 농장에 가서 그냥 얻을 수 있다. 도시에서도 많이 쓰는 ‘당근’ 앱에서도 소똥을 그냥 준다는 곳을 볼 수 있다. 소똥을 처리해야 하는 한우 농장 입장에선 주변 농가가 가져가는 게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좋기 때문이다. 윈-윈이다. 다만, 소똥을 그냥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숙성을 시켜야 한다. 이걸 부숙이라고 한다. 숙성을 안 한 퇴비를 쓰면 가스가 나와서 작물이 죽는다. 소똥을 숙성시키는 방법은 낙엽과 톱밥을 넣어 주기적으로 섞고, 비닐을 덮는 등 저마다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는 집 앞이 바로 농장이라 냄새가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고 퇴비를 만드는 일 자체도 일이라 매년 포대 퇴비를 구입해 사용 중이다. 경영체등록증이 있으면 매년 초에 이장님을 통해 포대 퇴비 구입을 신청할 수 있다. 40~50%의 보조를 받기 때문에 포대 당 2,500원 정도면 구입 가능하다. 하우스 한 동에 약 30포대가 들어가기 때문에 120포대 이상 구입해야한다. 보조가 없었다면 부담이겠지만 보조 덕분에 저렴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퇴비를 뿌리면 밭을 갈아줘야한다. 최근 그 작업을 했다. 1년에 딱 한 번 관리기를 쓰는 날이다. 기계를 일 년에 한번 쓰면 고장이 문제다. 작업하는 날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평소보다 일찍 일을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관리기가 고장났다. 기름을 새로 넣었는데, 출발하려고보니 기름이 바닥에 다 새고 있었다. 

A/S센터에 문의하니 큰 문제는 아니고 호스만 교체하면 된다고 했다. 자주 만지는 기계가 아니라 직접 하긴 어려울 것 같아 출장비를 물어보니 15만원이나 됐다. 전화를 끊고 ‘농기계 달인’ 이장님께 연락했다. 여기서 이장님은 지금 마을 이장님이 아니라 처음 귀농했던 마을의 이장님으로, 우리의 가장 큰 은인이시다.

이장님은 15분 만에 오셨다. 우리 집에 마땅한 수리도구가 없다보니 함께 철물점에 다녀왔고, 무사히 고칠 수 있었다. 귀농을 하면 텃세 문제도 있고 이웃 사귀는 게 까다로운 일이지만, 이런 은인이 있는 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얼마 전 설에도 인사를 다녀왔지만, 조만간 맛있는 식사를 이장님께 대접하려고 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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